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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Jun 22. 2024

발을 다쳐 응급실에 다녀왔다.(발사진 주의)

한국행 비행기 타기 2주 전.

아이 둘 학교 등교시키고 집에 와서 프리스쿨 방학 한 막내와 여유롭게 맞이한 아침. 모든 것이 평화롭고 좋았는데 거실바닥에 있던 장난감을 밟아 발목을 삐끗했다. 장난감이 담요에 덮여있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밟는 순간 발목이 확 꺾이면서 몸이 휘청했다. 너무나 큰 고통에 한동안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놀라서 달려와 열심히 호~ 해주는 막내가 있어 소리도 못 내고 발만 붙잡고 있었다. 정말 너무 아팠다. 살펴보니 발등 측면이 호두알 만한 크기로 뽈록 부어올랐다. 발목이 아니라 발등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됐는데 전체적으로 부은 것도 아니고 너무나 동그랗게 혹 난 것처럼 부어있어서 조금 신기했다. 고통이 가시기를 기다리며 바닥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냉찜질을 해야 하는데 집에 얼음이 없다. 시원한 게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막내가 고사리손으로 냉장고에서 음료수병을 찾아왔다. 발에 음료수병을 대고 누워있으니 막내가 쿠션도 가져다주고, 물도 떠다주며 열심히 간호를 해준다. 기특해라. 좀 쉬니 처음의 고통은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찡하고 욱신거렸다. 몇 시간 후면 아이들 픽업하러 가야 할 시간. 발이 불편하니 평소보다 여유 있게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천만다행으로 왼발을 다쳐서 운전이 가능했다. 오른발이었으면 애들 학교도 못 보내고 정말 큰일 날뻔했다. 학교 가서 절뚝거리며 아이들을 픽업했다. 오늘은 큰아이 같은 반 친구 엄마의 부탁으로 친구도 함께 픽업하여 집에 데려다줘야 했다. 그래도 운전만 하면 되는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 집에 와서는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부탁하여 집정리 도움을 좀 받고 누워있었다. 쪼꼬미들이 언제 이렇게 커서 다친 엄마를 도와주나 싶은 맘에 참 든든했다.

그나저나 내일까지 기다려보다가 발이 좀 더 아파지면 병원을 가야 하겠는데 아이들 데리고 갈 생각을 하니 그냥 며칠 집에서 좀 지켜보고 싶은 마음 컸다. 패밀리닥터 예약해서 진료받아 x-ray 찍으러 가던지, 응급실에 가서 몇 시간 기다려서 x-ray 찍던지  중 하나인데 둘 다 너무 오래 걸린다. 신랑한테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얘기하려고 했는데 마침 신랑한테 메시지가 와서 내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 응급실 가라고 한다. 애들 데리고 갈 자신이 없어 신랑퇴근 후에 가겠다고 했더니 그때는 x-ray 촬영기사가 없어서 바로 못 찍을 수도 있으니 바로 가보라고 한다.

아웅~~~ 가기 싫으다.

애들을 봐주겠다고 데려오라고 하여 신랑 일하는 곳에 애들을 맡겨놓고 나는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도착하니 대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야호!! 이런 적은 처음이다. 금방 진료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접수도 바로 했고, 응급실 안쪽 대기 침대까지 일사천리로 들어갔다. 이제 의사를 만나기만 하면 된다. 발에 통증이 있다고 하니 간호사가 진통제를 가져다주었다. 빈속에 먹으면 안 된다고 치즈와 사과퓌레도 함께 주었다. 후딱후딱 먹고, 알약 4알을 먹었다. 계속 의사를 기다렸다. 30분 정도 지나자 간호사가 얼음주머니를 가져와 발에 대주었다. 10분 후에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가지러 오지 않아 그냥 계속 대고 있었다. 중간중간 환자들이 한 명씩 들어왔다가 진료받고 나간다. 내 차례가 계속 밀리고 있는 것 같다. 1시간 30분을 기다리니 의사가 왔다. 우리 동네 응급실 의사는 몇 명의 의사들이 돌아가며 근무를 하게 되어 그날그날 다른데 오늘 담당 의사는... 아...

예전 둘째가 소파에서 놀다 떨어져 팔을 다쳐 응급실 왔었는데 x-ray도 안 찍어봤던 그 의사다. 만져보고 살펴보다가 괜찮다며 돌려보냈던 그 의사였다. 아이가 일주일 동안 아파하길래 패밀리닥터에게 얘기해 긴급으로 x-ray를 찍어봤는데 뼈가 부러져있어 바로 깁스를 했다.  x-ray사진을 보니 뼈가 완전히 부러져 있었다. 기브스를 빼기까지 6주 정도가 걸렸다. 팔이 눈에 띄게 붓지도 않았고, 특정자세만 하지 않으면 아파하지도 않았고, 팔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었으니 뼈가 부러졌을 것이라고 생각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라면 좀 더 확실히 확인을 했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바로 그 의사를 또 만나게 되었다.

상황 설명 듣고 발을 살펴보더니 다행히 x-ray 찍어 확인해보자고 한다. X-ray 촬영기사가 휠체어를 가져오기까지 30분 정도가 더 걸렸다.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x-ray 촬영실까지 가는데 너무 편하고 좋았다. 응급실을 한 발로 콩콩 뛰거나 절뚝거리며 다녔는데 휠체어를 타고 빠르게 가니 속이 다 시원해졌다. X-ray를 찍고 다시 돌아와 의사를 기다렸다. 다행히 다른 환자들이 없어 금방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안심이 됐는지 모른다. 붓기만 가라앉으면 금방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깁스도 필요 없고, 집에 가서 얼음찜질하고, 아프면 진통제 먹고, 되도록 걷지 말라고 한다. 기분 좋게 응급실을 나와 아이들을 픽업해 왔다. 집에서 걷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아이들 셋 밥 차리고, 씻기는 것만 해도 가만히 있는 게 안됐다. 이것저것 하고 11시쯤 침대에 누웠다. 하루종일 절뚝대며 다녔더니 체력이 바닥나 금방 곯아떨어졌다.



다음날은 시조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살살 걸으면서 졸업식에 갔다. 한창 식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내 x-ray사진을 확인한 패밀리닥터가(건강에 관한 모든 정보는 패밀리닥터에게 간다) 신랑에게 연락을 했는데 내 발 뼈에 금이 갔다고 했다. 절대 발을 딛지 말고 목발을 쓰라고 한다. 일주일 후에 다시 x-ray촬영을 해보자고 했다는데 어제 그 응급실 의사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허탈해졌다.

그래... 사람인데 제대로 못 봤을 수도 있지..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음에는 다른 의사를 만나고 싶다.

발이 퉁퉁부어 잠깐 신었을 뿐인데 양말자국이 선명하게 났다. 멍도 들었다.


걷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바로 집으로 올 수는 없어서 절뚝대며 졸업식 다 보고, 차려진 음식까지 먹고 집으로 왔다.

찾아보니 뼈에 금이 가면 보통 4주 이상은 있어야 낫는 것 같던데 큰일이다. 신랑이 퇴근을 좀 앞당겨 붕대와 목발을 사 왔다. 목발은 애들 돌보며 짧게 오가고, 손에 뭘 들고 다녀야 하는 일이 많아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목발 꼭 쓰라고 했는데 집에서는 잘 안 쓰게 되네. 그래도 밖에 나가서는 꼭 쓰고 있다. 목발 쓰니 겨드랑이가 아프고, 안 다친 쪽 다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 원래 이런 건가.. 목발 짚고 다섯 걸음 가면 반대쪽 다리가 후들거리고 힘이 빠져서 쉬었다 가야 다. 그동안 운동 안 해서 체력이 너무 안 좋아진 것 같다.

아이들 픽업하러 학교 갔는데 너무힘들어 잔디밭에 그냥 주저 앉아 기다렸다. 붕대를 감았더니 맞는 신발이 없어서 300mm짜리 신랑 슬리퍼를 신고왔다.


이 상태로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인가?!

아이 셋을 데리고 한국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뭔가 액땜을 크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위안 삼으며 다음 x-ray 결과가 잘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상태가 심각하면 한국은 못 갈듯 하다... 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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