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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May 30. 2021

오늘은 우리아이 코딱지 먹는 날


초등학교 1학년 첫 수업 참관일.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긴장되는 날이다.

아이가 얼마나 수업에 집중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다른 엄마들은 어떤 옷을 입고 오는지,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인지 탐색하는 날이기도 하다.




3교시

매일 앞자리에 앉아있는 우리 딸이 고개를 숙이고 곁눈으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부모라면 아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쓴웃음이 났다. 예상대로 코를 살짝 후비더니 입술로 가져간다. 잠시 오물대다가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핀다. 모른 척해주고 싶어 아이의 시선을 피했다.



참관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딸 수업에 집중 잘하더라." 첫 수업 참관일이라 엄마도 긴장됐지만, 네가 수업에 집중을 잘해줘서 안심됐다 말하자, 아이는 짝꿍 이름과 쉬는 시간 이야기, 학교생활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가 물어 익어갈 때쯤 엄마가 교실 뒤에서 보니까 아이들이 한눈에 다 보였다는 말을 꺼냈다. 딸은 멍하니 날 쳐다본다.



"그래. 엄마가 너 코딱지 먹는 거 봤어." 딸아이는 민망했는지 내 팔에 얼굴을 비비기 시작하더니 훌쩍댄다. 초등학교 1학년이면 코딱지를 먹는다는 것이 창피한 일이라는 것은 잘 안다. 그런데도 코딱지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씹어보는 거다.



앞으로는 코딱지를 먹지 말라는 내 말에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린다. 코딱지를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가끔은 먹고 싶은 모양이다. 코딱지를 먹는 건 습관이다. 한번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



"우리 딸, 아주 가끔은 먹고 싶은 거야? 그럼 1년에 한 번. 네 생일에 아무도 없을 때 먹을래?"



나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화를 내서 약속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1년에 한 번이라고 하면 그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딸아이는 1년에 한 번만 먹겠다고 약속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생일

약속대로 먹었다.



초등학교 3학년 생일

코딱지 먹는 날이라는 걸 깜빡하고 넘어갔다.



초등학교 4학년 생일

이제는 먹지 않는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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