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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리 Jul 21. 2023

40세 vs 12세

엄마와 딸

 하아... 요즘 나는 너무 힘들다.

 쪼꼬만 게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성향이 정반대인 우리 둘.

 엄마인 나는 계획적이고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반면 딸은 즉흥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머릿속에 이미 계획이 세워져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 없고 불안하기까지 한 나와는 달리 딸램이의 머릿속에는 계획이라고는 없다. 애초에 계획을 세울 생각조차 없다. 그냥 상황이 닥치면 그때서야 우왕좌왕 움직인다. 나는 그런 상황을 보고 있는 것도 너무 힘들다. 내가 틀렸고 율이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수천수만 번도 더 해본다. 얘기를 하려면 너무 사소한 것부터 일일이 잔소리가 되니까 그냥 보지 말자고 눈을 질끈 감아본다.


 매 상황마다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니 자주 부딪히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들이 쌓여간다. 서로에게 상처받고 서운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 같다. 나는 엄마로서 주양육자로써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그런데

요즘에는 정말 잘 모르겠다. 내가 잘 키우고 싶다고 키운다고 애가 잘 키워지는 것인가???  내 기준에 안 맞다고 틀렸다고 지적하고 아이를 바꾸려고 하는 게 잘 키우는 걸까???

 아이는 나의 소유가 아니고 온전한 한 존재인데 내 배에서 태어났다고 내 입맛대로 내 마음대로 가르치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요즘 딸은 나에게 거짓말을 자주 한다. 엄마 마음에는 들고 싶고 자기 마음대로도 하고 싶은 것이다.

 엄마가 말한대로 하지 않을거지만 그냥 엄마가 듣고 싶은 답을 해 주는 것이다.

 

 오늘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폰에 머리를 박고 길을 걷고 있는 딸을 발견하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딸의 다음 행동에 나는 너무 상처를 받았다.

 내 번호가 뜨는 것을 확인하더니 받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버린 것이다.

 

 정말 너무 괘씸하고 실망스러웠다.

차 창문을 내리고 단전에서부터 화를 끌어모아 날카롭게 이름을 불렀다. 나를 보는 놀라고 당황하고 어쩔 줄 모르는 그 애의 눈빛.


 신호가 바뀌어 가던 길(학원가는 길) 가라고 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분하고 화가 나서 자동차 시동을 끄고도 움직일 수 없었다. 폰을 집어 들고 카톡으로 정말 오늘 너에게 매우 실망했고 너는 늘 엄마를 속이고 거짓말을 하고 넌 정말 나쁜 딸이라고 장문의 편지를 썼다가 겨우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다 지웠다.


 집에 와서도 속상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 남편한테 이를까 어쩔까 친정엄마한테 전화할까 하다가 브런치 앱을 열고 우다다다 내 마음을 적어내려 갔다.


 좀 전에 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기서부터 벌써 화가 풀림)

 나는 무슨 토라진 연인처럼 ”왜? 왜 전화했어?? “ 하며 뚱하게 전화를 받았다.

 아까 너무 죄송하고 신경이 쓰여서 공부방에 왔다가 잠시 다시 밖에 나와 전화를 한 거라고 했다.

 내가 12살에 엄마한테 혼나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던가??? 괘씸하긴 해도 애가 참 생각이 있구먼!

 아이가 용기 내서 먼저 사과를 했는데 내가 계속 화를 내고 있을 수 없어서 오늘 실망한 건 사실이고 크게 상처를 받았다고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전화해 줘서 고맙다고도 말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많이 싸울 것이다. 싸우고 부딪히면서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할지 알아갈 것이다. 울어도 되고 서운해 할 수도 있고 화를 내도 된다. 그리고 누군가 먼저 사과하고 또 화해하면 된다.


 글을 쓰면서 널뛰던 감정이 정리되고 차분해졌다.

브런치가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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