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살짝 미쳐있음
가만히 있으면 미칠 것 같아서 내 심정을
적어 보기로 결심했다.
이 글을 보고 나와 같은 누군가가
자기 혼자만 힘든 게 아님을 알고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내가 브런치에 '도박'을 검색하고 여러 글들을
읽고 알게 되고 위로받은 것처럼.
현재 내 상태
지속적인 가슴 두근거림, 불안,
답답함, 한숨, 머리 지끈거림,
식사량 줄었음, 수면장애.
스트레스가 몸으로 나타나는 것 같음.
4년 전 우리 부부는 재정적인 문제를 계속
터뜨리는 남편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고 법원에 이혼서류를 냈었다. 나는 그때에도 남편이 도박을 했었던 것을 알았었다. '바카라'라고 했던가?
그 당시 나는 술집여자와의 2년간의 외도가 더 괘씸했고 미칠 것 같았기에 도박을 했다는 것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 도박이 이렇게 심각한 문제인 줄도 몰랐다.
나와 상의 없이 받았던 대출들, 도대체 어디에 쓴 거냐고 물으면 도리어 화를 내던 여러 건의 대출들도 그년이랑 놀아나느라 쓴 것이라 굳게 믿었다. 배우자의 외도는 정말 상대방의 영혼을 무너뜨리고 파괴시킨다. 외도를 했건 어쨌건 나는 이혼녀가 되는 것이 너무 무서웠고 내가 혼자 아이들 둘을 키우는 것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외도사실을 알고 나서도 오랜 시간을 속을 끓이고 용서했다가 분노했다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했다.
다시는 대출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도 또 금방 이자가 엄청나게 붙는 일수를 세 건이나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야 비로소
'아, 이 사람은 침몰하는 배구나!'
나는 확실히 이혼을 결심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도박에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고 공부하며 돌이켜보니
남편이 그때 자기 마음대로 나와 상의도 없이 대출을 마구 받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굳게 했던 약속도 안 지키고 돈관리를 내가 하겠다고 해도 절대 싫다고 거부하던 모습.
돈 얘기만 꺼내면 불같이 화를 내며 회피하던 모습. 애가 둘인 가장의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그 모습이 도박중독자였다는 퍼즐이 맞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