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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여정 Dec 22. 2021

운동을 추천합니다

"골반을 말아 꼬리뼈를 숨기세요"

"어깨를 돌려 장착하고 ~"

"엉덩이를 열고~"

어깨와 꼬리뼈가 따로 움직이고 돌아간다. 강사님의 말대로 따라 하니 몸에 열이 오르고 손끝 발끝까지 찌릿한 전기가 온다. 마스크만 벗고 한다면 훨씬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그나저나 코로나 세상에 살다가 '저산소 호흡'을 하는 인간 종이 나올 거 같다.

학교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뛰어온 아이들은 마스크를 쓴지도 모르고 종알종알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적응력에 놀라면서도 다음 세대에는 나와 다른 인간종이 나올까 무섭다.

여하튼, 일주일에 2~3회 저녁 타임, 아이들을 집에 두고 왕복 한 시간, 총 2시간 외출한다. 남편의 육아휴직 후 바로 필라테스 이용권을 결제했다. 처음엔 걱정되어 운동하면서도 자꾸 핸드폰 화면이 어두운지 밝은지 힐끔거렸다. 요즘은 운동 시작 직전과 끝난 후 부재중 전화나 메시지를 확인하는 정도다.

남편과 나는 살아오면서 운동 목적으로 2주일 이상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다. 남편은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집돌이라 결혼 전에도 집과 학교만을 오갔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 핑계로 더욱 운동을 안 했다.

나는 20대 초반부터 일하면서 운동의 필요성은 항상 느꼈지만 딱 한번 요가 수업을 등록하고 2주일을 채우지 못하고 포기했다.

수업 직전까지 전화가 오고 끝나고 나면 부재중 전화가 쌓여있어서 '내 주제에 무슨 운동이냐' 포기했다. 출산 후에는 시골에 살다 보니 근처에 학원이란 곳이 없고 운전을 못하니 발이 묶여 또다시 '내 주제에 무슨 운동이냐' 싶어 포기했다.

그래도 몸이 아프면 나만 고생이니 폼롤러에 몸을 문지르며 나름 '홈트'라는 것을 했다. 어느 날부터 손목이 시큰거리고 허리가 더 아팠다. 혼자 하다 보니 자세가 틀어져서 그랬던 것이다.

학원에서 강사님이 자세를 잡아주시는 것을 경험하며 '역시 운동은 돈 내면서 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혹시 시골에 살면 주변이 다 산책로가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말씀드리자면 시골도 공원이 있는, 가로등이 밝은, 사람이 오가는 규모와 환경이 형성된 곳에서나 산책이 가능하다. 한 번은 혼자 가기 무서워 아이와 나갔다가 내 앞으로 고라니가 지나가고 멧돼지가 흙을 파놓고 가서 그 후로는 절대 산책하지 않는다. 인적이 드문 시골은 사람이 쓰러져도 구해줄 사람이 없다.

두 사람 수강권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고민하지 않고 결제했다. 두고두고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강사님의 뼈와 근육이 따로 노는 경지는 지금도 신기하다. 우린 이제 조금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는 정도다. 많이 발전했다.

처음엔 선생님과 수강생들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옷차림, 눈앞에 바로 보이는 여자 회원들의 가슴골과 엉덩이가 민망해서 남편의 시선을 가져주고만 싶었다. 하지만 시작면 숨 쉬는 것도 힘들어 앞사람을 보며 생각할 겨를이 없다.

운동이 장점에 대한 정보와 책은 차고 넘친다. 내가 간증할 수 있다. '누가 나 좀 잘근잘근 밟아주었으면 좋겠다' 싶게 아팠던 내 몸뚱이가 운동한 이후로 펴진 듯 아프지 않고 위경련이 없어졌다. 신통방통하다. 지금도 남편의 운동하는 모습은 웃음이 난다. 남편 쪽으로 시선을 돌릴 땐 눈을 질끈 감는다. 뻣뻣한 나무 막대기 같다. 하지만 물렁거리던 살에 근력이 붙고 집 방바닥과 일체가 되던 모습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부부가 함께하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이 좋다. 대부분 공통 관심사라면 집과 돈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 운동을 하러 갈 때는 차 안에서 할 말이 없고 어색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가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고 끝나면 선생님한테 칭찬받은걸 자랑하거나 못했던 거를 놀리며 웃는다. 종종 우리 동네에 안 파는 과일을 사서 옷에 쓱쓱 닦아 차 안에서 먹을 때의 달콤함이란, '행복'이란 단어로 요약하고 싶다.

이제 둘 다 월요일이 되면 몸이 운동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낸다. 운동 후 혈액순환의 짜릿함과 땀을 쫙 뺀 개운함을 맛봤으니 당연하다.

육아휴직은 아이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게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육아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엄마 또는 아빠의 희생으로 시간이 흐르는 육아는 가족 모두에게 즐겁지 않다.

휴직을 한다면 꼭 부부가 함께하는 운동을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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