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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Aug 03. 2024

2년 6개월, 글 200개, 구독자 1000명

 2년 6개월, 글 200개, 구독자 1000명

심지어 난 몰랐다. 글 200개 하고도 1개를 더 쓰고알았다. 구독자도 마찬가지. 글 200개 넘겨서 봤더니 마침 구독자도 1000명이 넘었던 거다. 그만큼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글에 성취도를 숫자로 표현할 수 없고, 표현되어서도 안 되는 거니까. 글을 계속 써야 하는데 그 여정에서 드러난 좌표일 뿐이다.


과거를 돌아본다. 2년 넘게 꾸준하게 했던 일이 있었나? 숨쉬기나 밥 먹기, 매일 출근해서 일하기 말고는 생각나지 않는다. 피곤하다거나 시간이 없다거나, 또는 나랑 맞지 않다는 이유로 중도 포기했던 경우가 다반사. 매번 탐탁지 않던 환경을 탓했다. 조금이라도 의지 부족 같다는 생각이 들면 핑계를 대고 숨었다. 이 편이 그만두어도 마음은 편했으니까.


학생이라는 딱지를 떼고 나서부터다. 실기나 필기가 붙지 않는 일에 관심이 없다. 목표가 없으니 계속할 이유가 없다. 욕망과 의무 두 가지 중에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의무만 가지고 살아온 듯하다. 그중 해야 한다는 책무마저 사라지니 더 이상 해야 할 용기마저 잃는다. 중간 기말고사 없으면 살만하다 했지만 없는 세상을 살아보니 어정쩡한 상태로 떠다니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더라.


아무리 의미 있는 일도, 계속할 수 없으면 허상이다. 찾아야 했다. 끝말잇기처럼 생각나는 단어가 없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계속할 이유 말이다. 그중에 글이 가장 부적합했다. 지금 생각해도 쓴다는 사실이 장난 같다. 상상 속에 내가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할 정도. 못쓸 이유는 100 가지고 써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왜 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그 의문에 답은 아직 찾는 중이.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천생 공대생인 나. 그런 내가 글을 계속 써야 할 이유마저 알지 못한다. 어쩌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못할 거라 생각했기에 계속하는 것 아닌가라고. ‘못 먹는감 찔러라도 보자’가 아니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에 대한 악착같음 같다.


지금까지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고, 못 먹는 감 투성이었다. 더 이상 물러 설 곳 없다. 사는 게 진흙투성이지만 두 다리를 박고 버티고 싶다. 태생이 강한 것도 아니고 정면으로 맞서 싸울 힘도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계속할 이유는 찾아낼 수  있다. 글 300개 500개 1000개 쓰다 보면 언젠가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막연했던 상상이 이제는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글 200개, 구독자 1000명, 2년 6개월은 행위에 결과가 아니다. 내가 세운 가설에 과정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 여정이 설령 잘못된 길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개의치 않는다. 지금처럼 꾸준히 쓰고 고치다 보면 언젠가는 고된 삶에 숨겨진 지름길을 찾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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