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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사기단의 최후

「희극의 파편」40. 표도르 솔로구프 - 죽음의 승리 中

by 재준

말기스타


사랑스러운 나의 딸 알기스타야, 두렵지 않느냐?



알기스타


두렵지 않아요.



말기스타


우리의 위대한 계획을 실현할 때가 왔다. 아름다움에 관을 씌우고 추한 것을 내칠 시간이 왔어.



알기스타


잔혹하고 교활했던 수없이 많은 세대에 어울릴 추하고, 사악하고,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계집이 즐거워하며 승리를 외치고 있어요. 여왕이 되려고 하지요. 도대체 왜?



말기스타


피에 굶주린 콜로만 왕의 달, 절뚝발이 베르타(미래 왕비)가 아니라 네가, 나의 아리따운 알기스타가 여왕이 될 자격이 있지.



알기스타


내가 여왕이 되겠어요. 알기스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알기스타의 이름은 잊힐 거예요. 내가 여왕이 될 거예요.



말기스타


너를 딸이라 부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나의 알기스타의 얼굴에 한 번 더 입 맞추게 해 주렴. 꽃피는 장미같이 사랑스러운 내 딸의 입술에 입 맞추게 해 주렴. 내일이면 나는 노예가 주인에게 절하듯 네게 절하게 될 거다.


알기스타는 재빨리 베일을 들친다. 어미는 사랑스레 그녀를 바라보다 그 아름다운 얼굴에 입 맞춘다. 알기스타는 다시 베일로 얼굴을 가린다.



「희극의 파편」은 단편, 장편 희곡 중 재미있는 한 장면을 선별해, 그 감정적 여운과 미학적 장치를 분석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사유해보는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가지고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독자와 함께 놀아보는 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희극의 파편」 마흔 번째 작품은 표도르 솔로구프의 '죽음의 승리'입니다.


<솔로구프의 이전 작품 1 ,>


내용은 정말 간단합니다.


왕과 방금 막 결혼한 베르타 아씨는 고대의 관습에 따라 금으로 수놓은 비단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왕도 아직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고, 그 틈을 타 하녀 말기스타와 그녀의 딸 알기스타가 계략을 꾸밉니다. 알기스타와 베르타를 바꿔치기해서 알기스타가 베르타 행세를 하며 왕비의 자리에 오르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성공하게 됩니다.



제가 선별한 장면은 이러합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알기스타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요. 알기스타는 자신있게 말합니다.

내가 아무리 속였어도 그간 남편과 나, 우리 둘만의 사랑을 무시하지는 못할 거야..


왕의 반응은 어떨까요?


부담없이 가볍게 한번 읽어보시고 가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냐?



비명 소리. 시끌벅적한 소리.



알기스타


나의 주인 흘로도벡(왕)이여! 나를 구하소서!




이 여자는 누구냐?



기사


이 여자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고 이 어두운 구석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누구냐고 물으니 자기가 베르타 여왕이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여왕은 지금 침실 안 나의 침상에서 쉬고 있는데.


알기스타


(꺼질 듯한 목소리로) 제가 옷을 갈아입도록 도와주고는 모두 나갔어요. 그리고 저 혼자 남았습니다.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전 그녀를 알아보았어요. 저를 단도로 찌르고는 여기에 내던졌습니다. 제 하녀 알기스타가 저를 대적해 음모를 꾸몄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게냐! 내가 계집종과 잠자리를 나누었단 말이냐?



알기스타


슬프구나! 왕의 딸, 왕의 아내, 젊고 아름다운 나는 죽어가고, 나의 노예 계집, 곰보에 다리를 저는 계집 알기스타가 여왕이 되는구나! 나는 돌바닥에 누워 있고, 내 노예는 내 침상에 누웠구나!



말기스타


(뛰어 들어오며) 선한 사람들이여! 내 딸 알기스타가 어디 있는지 말해주시오. 알기스타, 내 아기야, 누가 너를 해했느냐? (알기스타에게 달려간다.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어오른다. 뒷걸음치며 물러나다가 다시 알기스타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는다.)

사랑스러운 베르타 아씨, 무슨 일입니까? 왜 반 벌거숭이가 되어 여기 찬 돌바닥에 누워 계시나요? 도대체 무슨 일로 왕께서 당신의 침상에서 아씨를 버리셨나요?



알기스타


신실한 하녀 말기스타야! 어찌 이런 슬픈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어찌 이토록 큰 치욕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네 딸이 내 옷을 벗기고는 단도로 나를 찔렀고, 나는 마치 죽은 자처럼 네 딸의 발아래 쓰러졌다. 그러자 알기스타가 나를 이곳으로 끌고 와 이 어두운 구석에 버려두고는 나의 침실에 들었다.



말기스타


아니 어찌 그런 일이! 알기스타가 미쳤구나! 도대체 무슨 마음을 먹은 게냐!


(10년 뒤)


말기스타


(딸에게 다가서며) 사랑스러운 아씨, 왕과 함께 아씨의 자리로 가세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절대 그 어떤 죄도 인정하지 마세요. 왕은 아씨를 사랑하니, 아씨만을 믿을 겁니다.


알기스타


여기 남겠어. 나는 지쳤어. 베르타가 되고 싶지 않아.



말기스타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정신이 나갔구나! 그건 너도, 나도 망하는 길이야.



알기스타


내가 아름답지 않아? 내가 그에게 성실한 아내가 아니었어? 내가 그에게 아들을 낳아 주지 않았어? 보았지? 여기로 비실비실한 괴물을 끌고 왔잖아. 내 아들, 내 아들은 강하고 아름답지. 내 아들, 오, 힐페릭!



말기스타


자, 사랑스러운 딸아, 모두가 네 편이야.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네 자리를 차지해! 왕은 네 말만을 믿을 거야.



알기스타


마지막 시험의 때가 온 거야. 나를 사랑한다면, 기나긴 세월 달콤한 밤이 우리를 영원히 결합시켜 주었다면, 그는 나를 거부하지 않고 알기스타에게 관을 씌울 거야. 가서 내 이름을 밝히겠어.



말기스타


미쳤구나! 너는 불가능한 것을 꿈꾸는구나.



(생략, 알기스타는 큰 소리로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알기스타라고?



알기스타


저는 알기스타입니다. 제가 당신 앞에 섰습니다. 원하는 대로 하세요. 벌하시거나 용서하시거나 당신의 뜻입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는 기억해 주세요.




닥쳐! 사기꾼 노예 계집이 내 침상을 더렵혔구나!



기사들과 귀족 부인들


사기꾼! 노예 계집! 그녀를 죽여라!



알기스타


사랑스러운 나의 흘로도벡(왕)! 나는 당신께 성실한 아내였어요.




닥쳐! 치욕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해 주겠다...



알기스타


흘로도벡, 사랑스러운 나의 남편 흘로도벡!




여인들이여, 이 계집을 닥치게 하시오. 이 사기꾼 계집에게서 왕관과 목걸이, 여왕의 의복을 벗겨라. 사랑스러운 여왕 베르타는 당신 자리로 가시오. 그리고 이 거짓말쟁이 계집을 사람들 앞에서 잔인하고 치욕적인 방법으로 사형에 처하시오. 옷을 벗기고 죽을 때까지 매질하고 채찍질하고, 시체는 개들이 먹도록 구덩이에 던지시오. 사내아이는 때려서 목을 매다시오. 여왕이여, 나와 함께 갑시다. 높은 발코니에서 그녀의 고통을 보고 비명 소리를 들읍시다. 사기꾼 계집을 쳐라!



(알기스타와 그녀의 아들은 죽는다. 그러나 한밤중 요술을 부려 다시 일어난다.)


알기스타


사랑하는 나의 주인, 나의 남편 흘로도벡! 나는 당신의 알기스타예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부르러 여기에 왔어요. 내게로 오세요, 나를 따르세요.




너는 나를 속였어.



알기스타


저는 당신에게 성실한 아내였어요. 그리고 끝까지 당신께 성실한 아내로 남겠어요. 흘로도벡, 말해주세요, 나를 사랑하지 않았나요?




사랑했지.



알기스타


말해주세요, 지금도 나를 사랑하나요?




사랑하지.



알기스타


그러면 나를 따르세요.




(생략) 그대는 아름답고 지혜로웠소. 그리고 나는 당신을 사랑했소. 그러나 이미 지나간 것을 되돌릴 수는 없소. 물러가시오.



알기스타


당신은 나를 사랑하시나요?




사랑하오.



알기스타


(생략) 여기에는 나만 있어요. 모든 삶과 모든 죽음이 제 안에 있어요. 선택은 당신 몫이에요. 흘로도벡, 사랑하는 나의 주인, 나의 남편,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운명은 기다리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당신께 말하겠어요. 나를 따르세요. 저와 함께 생명을 향해 가요. 나와 함께 있을 때만 생명도 있어요. 당신 왕관의 광기 속에도, 피투성이 망토에 싸여 그대가 얼어붙어 있는 그곳에도 죽음만이 있어요. 나를 따르세요. 당신의 왕관을 벗으세요.




나는 그대를 따라가지 않아. 나는 왕이오. 떠나라, 이 미친 계집아!



창 너머로 교회의 종소리가 들린다.



말기스타


알기스타, 돌들 사이의 차가운 돌로 그가 네 앞에 섰구나. 알기스타, 뱀눈을 한 나의 딸아, 무서운 말로 그를 매혹하라, 그를 영원히 움직일 수 없는 운명에 빠트려라.



알기스타


돌들 사이의 차가운 돌로 당신은 제 앞에 섰군요. 왕이여, 돌이 되어라, 시간이 그대마저 깎아 없앨 때까지 차가운 돌로 서 있으라.



알기스타는 왕의 다리 앞에 쓰러진다. 그녀의 아들은 알기스타의 시체 위로 쓰러진다. 왕과 다른 이들은 움직임 없이 서 있다.





어떤가요? 그녀는 마치 마녀 같네요. 이상한 마법으로 사람을 홀리는..



「희극의 파편」은 독자가 가볍게 마주할 수 있도록, 그저 장면을 꺼내어 놓기만 합니다.


적용 질문입니다.



1. 인간의 악함은 왜 발현되나요? 특정한 목표나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나요?


2. 인물의 욕망은 어디에서 기인되나요? 정말 그것이 이 세상의 목적인가요?


3. 의도 없이 습관적으로 나오는 나쁜 짓이 있나요?


4. 이유가 없어서 더 무섭고 더 진실한 것이 있나요?


5. 그럼 나는 어디서 그 짓을 멈추고 다시 생각하나요?


「희극의 파편」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골라내고, 붙잡고, 말로 돌려줍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발튀스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화가입니다. 이제 그의 그림을 살펴보겠습니다."


-발튀스



오늘의 노래입니다.




이찬혁(AKMU) - 돌아버렸어




또르르르르 눈물이 굴러가네

빙그르르르 끝도 없이 춤추네


우두두두두 무대가 무너지네

빙그르르르 커튼 막이 내리네




나선형으로 돌아버린, 그 드릴 같은 마법, 뱀눈을 한 알기스타는 참 아름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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