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뿔 속의 잠』, 임희진 글•나노 그림, 문학동네
제목: 삼각뿔 속의 잠
저자: 임희진
그림: 나노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24-11-08
이 책은 임희진의 제1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이 동시집이 이루어낸 새로운 아이의 발견을 수상 이유로 꼽는다. 『삼각뿔 속의 잠』은 그동안 부끄러운 아이, 수줍은 아이에 가려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예민한 아이’를 집중해서 비춘다. 임희진은 꼭짓점으로 서있는 삼각뿔처럼 늘 위태롭고 긴장되어 있는 예민한 아이에게 기꺼이 두 팔 가득 커다란 풍선을 안겨 준다.
“한 몸에 더불어 사느라 고생이 많은 내 안의 예민한 아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자신이 삼각뿔 같다고 느껴지는 모든 사람. 예민하고 모난 사람. 소심한 사람. 생각이 많은 사람. 조용한 사람. 수줍은 사람. 부끄러움 많은 사람. 위태로운 사람. 긴장하는 사람. 불안한 사람. 두려운 사람.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에게
동시를 읽는 것은 나의 내면에 칩거하고 있는 어린 아이를 다시 마주 보는 일과 같다. 『삼각뿔 속의 잠』은 그중에서도 가장 뾰족하고 날카로운 아이를 콕 집어 불러낸다. 밤송이 가시 같아서 손댈 엄두도 나지 않는 그 아이. 『삼각뿔 속의 잠』은 동시가 빚어내는 소상한 세계 속에서 누구도 품기 어려운 이 아이를 기꺼이 포용하고 다정하게 매만진다.
「초록 배터리가 깜빡깜빡」이란 제목의 1부에 담긴 시들은 마치 ‘고성능 기계’ 같은 예민한 아이의 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 보인다. 아이는 자신과 동생의 이름을 바꿔 부르는 엄마에게 조금 상처받고, 이른 새벽 조용히 국에 밥을 말아 삼키고 있는 아빠를 보고는 걱정에 다시 잠들지 못하기도 한다. 관심받는 게 좋지만 가끔은 ‘어항 속 돌멩이처럼, 백합 아래 질경이처럼’ 눈에 띄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토록 예민한 아이의 이면에는 늘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임희진은 ‘고성능 기계’에 빗대어 표현해 보인다. 사람들의 미세한 표정, 작은 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기분이 어떤지 계속해서 살피느라 기계는 항상 완전 가동 상태다. 그래서 기계는 사람들의 표정과 기분에 맞추어서 늘 안성맞춤인 결과물을 출력한다. 하지만 완벽한 성능을 내는 만큼, 고성능 기계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법이다. ‘초록 불빛이 깜빡깜빡’하면 금방 콘센트를 찾으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방전되고 말 테니까. 예민한 아이가 어디론가 숨고 싶은 이유는 남들에게 적합한 모양이 되느라 에너지를 전부 써버렸기 때문일 뿐이다. 그러니 만약 에너지가 충분하다면 언젠가 숭어처럼 펄쩍 뛰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커다란 풍선을 안겨 주었어」라는 제목의 4부에는 삐죽빼죽 가시 달린 아이에게 기꺼이 풍선을 안겨주는 다정한 목소리가 담겼다. 임희진은 우는 아이에게 울지 말라고 하지도, 그 아이가 나빴다고 하지도 않는다. 너무 뾰족하게 깎은 연필이 조금 부러져도 괜찮고,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이 까져도 괜찮다. 임희진은 대신 아이가 편하게 안겨 두둥실 떠오를 수 있는 아주 커다란 풍선을 안겨 준다. 연필이 부러지면 힘주어 쓸 수 있고,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이 까져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음 하하하하 하고 웃으면 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직접 달리면 그만이다.
천진하고 둥글둥글한 나노 작가의 그림.
『삼각뿔 속의 잠』이 그려내는 뾰족뾰족하고 각진 아이가 그림체에서 한번 누그러지는 듯한 느낌이다. 더욱이 구체적으로 상을 묘사하지 않고 페인트를 쏟은듯 일부러 뭉그러뜨리면서 독자가 예민한 아이의 예민한 마음에 예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고슴도치 같은 마음을 둥글둥글하게 매만져 주는 시인의 글과 천진하고 동글동글한 나노 작가의 그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임희진 시인
“임희진. 동시를 읽고 씁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하고, 『삼각뿔 속의 잠』으로 제1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림책 『달과 토끼』를 썼습니다.“ - 알라딘 저자 파일
화자의 목소리를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매만지는 능력이 탁월한 동시인. 『삼각뿔 속의 잠』에선 예민한 아이의 마음을 썼다.
“『삼각뿔 속의 잠』은 다채로운 사유의 내용을 당당한 목소리로 전달하였다. 난해하거나 애매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읽히는 점과 실감나는 감정 표현도 강점이었다. 동시단에서 자의식이 드러난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삼각뿔 속의 잠』은 시인의 자의식이 불편하지 않게 잘 드러났다. 대상과 현상을 기술하는 데 치중하지 않고 그것과 작용한 내면을 짚어 과감하게 끄집어냈다.” - 김개미 시인
“치열한 내면을 현실감 있는 질문을 통해 투사해 내는 힘이 있었다. 입체감이 느껴졌다. 뚜렷한 목소리로 감정을 공들여 매만지면서 화자의 상을 구체적으로 그려 내고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나’의 이야기지만, 자기 안에 함몰되지 않고 외부 세계를 끊임없이 살피고 영향을 주고받는 주체를 통해 화자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 김준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