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여도 괜찮아

플러스를 향한 여정

by Reen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 개설한 즉시 마치 원래 계좌에 돈이 넉넉한 것처럼 자유로이 쓸 수 있는 통장이다.


그렇지만 대출과도 같기에 이용 기간 내 한도를 넘어서야만 마이너스에서 벗어난다. 표면상으론 아무 문제가 없지만 쓰는 사람은 안다. 본인 통장의 현재 상태는 마이너스라는 걸.






돈 걱정은 안 하고 살고 싶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거금을 들여 강의를 신청한 적이 있다. 강의 내용에 의하면 나는 지금의 나보다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 또 연구해야 하며 나만의 무기를 기어코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강의를 들으며 오히려 막막해졌다. 강의를 한 사람과 나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안 순간 좌절했다. 나는 무언가를 한다 해도 바로 성과가 나올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빠졌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강의를 마저 다 들어야겠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었다. 하지만 강의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강의로 인해 생긴 상대적 박탈감으로 속마음이 불편했다.



애써 좋은 인생 경험했다고 치자며 넘기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내 돈은? 투자한 돈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단 생각에 마음 한편도 불편했다. 가만히 있었다면 고작 그만큼의 돈 때문에 괴롭지도 않을 텐데.



그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상황. 그런데 내 성정은 그렇다. 하기 싫은 거는 억지로 못하고 내가 별로인 거 남에게 좋다고도 못한다.






지금도 여전히 후회감은 있다. 현재 삶에 자족하기만 했어도 일을 안 벌였을 텐데. 무언가를 잘하는 거처럼 보여도 속으론 난 사실 지금 마이너스인데 라는 생각이 맴돈다.



꼭 돈을 먼저 들였어야 했나 싶어 뒤돌아서면 속상했다. 해보고 안되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지출했다면 좋았을 텐데 쉽게 가려는 욕심이 그릇된 선택으로 이어졌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데 값은 치러놓고 거의 공짜 같은 점심을 바란 셈이었다.





스스로가 바보 같았지만 깨닫게 된 단 하나의 사실이 있다. 돌고 돌아도 결국은 나에게 맞는 내 길을 가야 한다는 것. 내 길을 걸어가야 나도 살고 내 주변도 살릴 수 있다는 것.



힘들긴 하지만 결국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가고 있다. 마이너스 한도 안에선 무얼 해도 마이너스지만 일단 그 한도가 끝나는 날엔 혹은 넘어서는 날엔 어디까지가 끝인지 모를 플러스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러니 마이너스여도 괜찮다. 마이너스 인생이 영원할 것 같아도 플러스를 향한 여정을 이미 걸어가고 있다면. 걷다 보면 마주하는 작게 핀 들꽃처럼 작은 행복들도 그 여정에 순간순간 함께할 것이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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