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간다.
덧없이 흘러간다.
파란 하늘 훨훨 날던 연을
밤하늘 별이 수놓기 전에 잡아 끌어내리 듯
저 덧없이 빠른 시간도 같이 잡아당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나무야, 너는 왜 이렇게 저 높이 솟아있니
한껏 손을 쭉 뻗어봐도 닿지 않는구나
난 그냥 네가 좋았다
나도 너와 같은 나무가 되기 위해
비옥한 땅 아래 뿌리내렸고
매일을 허다하고 반짝이는 햇살을 쬐며
너의 아름다움에 대해 숲 속의 새들과 지저귀었다
너는 어찌 그리 내 마음도 모르고
계속 저 위로만 위로만 자라는 거니
너에게 가려는 내 작은 움직임이
너에게는 하찮게 여겨질지도 모르겠구나
너는 높이 솟아있어 저 드넓은 숲과 어깨를 겨누지만
나는 이제 숲의 작은 동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단다
너와 어깨를 견주는 친구가 되고 싶었다
저 멀리 불가능이라는 먹구름을 외면한 채
마음이 아프다
아니 헛되다
그때가 좋았어
너와 같아지길 바랐던
희망을 품었던 그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