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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 Jun 30. 2021

우울한 글쓰기는 독일의 영향인가

이래서 독일에서 철학자들이많이 나왔나보다

독일에 사는 어느 한 작가님이 글쓰기 수업을 연다길래 이때다 하고 신청했다. 난생처음 해보는 글쓰기 수업이었기에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수업시간에 맞춰 줌을 켰다. 독일 거주민 3명 스페인 거주민 1명 한국 거주민 1명으로 구성된 국제적인 글쓰기 수업이었다. 첫 수업시간 때 자유글쓰기를 주제로 선생님은 5분이란 시간을 주었다. 시간 내에 몇 줄로 정리된 문장을 적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날씨, 기분, 현재 상황에 대해 즉흥적으로 생각했고 마침내 '우울'을 주제로 한 글을 쓸 수 있었다. 글을 쓰고 나서 회원들끼리 돌아가면서 서로의 글을 나눴다. 


그러던 중 선생님은 한마디를 던졌다. “글쓰기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각각 스페인과 독일에서 사는 사람들의 글쓰기가 너무 달라요. 스페인은 해가 길 게뜨고 항상 쨍쨍하니까 스페인에 거주하는 분들은 보통 기쁨, 신남에 대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 반면 독일은 비가 많이 오고 그래서 그런지 우울, 슬픔, 비 이런 글들을 많이 쓰더라고요.”


실제로 나는 독일에서 느끼는 우울감을, 또 다른 독일 거주민들은 비, 구름, 어두움에 대해 쓴 반면 스페인에 거주하는 분은 뜨거움, 햇빛에 대해 글을 썼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내가 쓰는 글들이 환경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많이 받았구나. 


나의 글에는 우울감이 넘실넘실 흘러넘쳤다. 우울감을 해소시키려고 시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글쓰기이다. 칸트, 니체, 헤겔, 마르크스와 같이 여러 유명한 철학자들이 독일에서 많이 배출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 어느 정도는 작용하지 않았을까. 독일 어두컴컴한 날씨는 독일 사람들이 인간과 사회의 존재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했을 것이다. 그들이 처한 환경이 유명한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게 도와준 지분이 50% 정도는 차지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우울한 글쓰기에서 벗어나 언제쯤이면 화창하고 푸릇푸릇한 글을 써서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감이 넘쳐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너무 행복한 나머지 글 속에도 꽃들이 휘날리는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독일을 떠나서일까 아니면 한국에서 일까. 아님 아예 제3 국에 가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나의 환경, 나의 배경, 나의 생각과 신념, 태도 모든 것에 환경이란 요인이 깊숙이 자리 잡고 '나'라는 사람 형성에 큰 영향을 주다 보니 다음 거주지는 해가 눈부신 곳으로 가야 하나 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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