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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쉘 May 13. 2024

다정함에 대하여

땅콩회항이라도 흉내 내려는 계획일까?

어찌 좋은 날을 맞이 하나 싶었다. 7박 8일 동안의 꿈만 같았던 자유시간이 날라 가버린 것 만 같았다.

그는 비행기가 폭발해도 살아남을 근성을 가졌으니, 그놈의 '복통호소'정도로 회항을 결정한 항공사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것임이 틀림없다.


항공사로부터 동시에 문자를 받은 엄마와 나경은 공항으로 직행하였고, 곧장 응급수송차에 탑승했다.

아파죽겠는 그를 보는 나경의 눈빛은 제일 혐오하는 해산물을 보듯 했지만, 행동과 말은 그 반대로 반응하여 나왔다.  엄마는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의 도덕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죽을병에 걸려서 배가 아픈 거면 좋겠지만, 급성 맹장염 진단을 받았다.

별것도 아닌 일로 자유시간이 날아가 벼려 속으로 잔뜻 열이 오른 나경은 두 손을 꼭 움켜쥐고, 이를 꽉 깨무는 것 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의 '급성 맹장회항' 소식은 뉴스를 통해 만천하에 알려졌고, 회항을 결정한 항공사에 대한 극 친 여론 형성은 나경의 가족에게 공짜 항공 티켓과 위로금을 쥐어 주었다. 


그뿐 아니라 긍정여론의 기세를 몰아 숟가락이라도 얹어보고자 하는 병원 측은 문턱이 닳도록 그의 병실을 드나들고, 심지어 병원비 대폭 할인을 선언하여 병상에 있는 그를 기쁘게 해 주었다.

어떻게 하면 그 처럼 완벽하게 가면을 쓸 수 있을까? 급성맹장도 그가 계획한 것 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이렇게 그에게 다정할 일이 아닌데.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다정한 사회란, 나경과 엄마와 같은 사람들에게게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늘 주눅 들어있고, 마르고 갇혀 지내는 것과 다름없는 사람들,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잘못된 일을 하는 법이 없고, 그저 충실히 자신의 힐에만 몰두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 괴걸스럽게 입속에 금부치를 집어넣는 돼지처럼 못된 그에게 사람들은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정하게 구는 걸까.? 그들도 알까? 그의 비위를 건드렸다고 벼도 못 추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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