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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Nov 11. 2023

가족이라는 것

루이의 시간 (4)

임시보호 명목으로 처음 루이를 집으로 데려온 날,

루이는 마치 얌전하고 의젓한 멍멍이처럼 굴었다.


나는 거실 소파 옆에 극세사 이불로 루이 잠자리를 만들어주었는데, 루이는 제 것이 아닌 방석이나 카펫 위에서 함부로 까불지 않았다. 자기에게 주어지지 않은 사람 음식은 전혀 탐하지 않았고, 허락 없이 방 안으로 들어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날 밤 루이를 목욕시키고 거실에서 혼자 자도록 두었다. 

낯선 곳과 낯선 상황이 두려울 녀석이 안쓰러웠지만, 임시보호자로서 지나치게 깊은 정을 붙이지 않으려는 내 나름의 '선'이었다. 우리는 어차피 곧 헤어지게 될 거니까, 그 편이 나와 루이 모두에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루이의 시선이 내게 와닿았다.

루이는 안방 문밖에 조용히 선채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본 사람들은 알 수 있다. 개들도 표정이 있는 것을.

그때, 나는 희미하게나마 루이의 표정을 느꼈다. 루이는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문 밖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내가 깨어나기를 기다린 걸까?

보호소에서 얼마나 간절하게, 누군가 꺼내주기를 기다린 걸까?


루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어쩌면 안도감, 그리고 또 약간의 불안함.

흔들리는 눈빛에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녀석의 마음을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다른 데로 보내지 않을게. 너의 가족이 되어 줄게.


보호소에서 집으로 데려온 날. 사진을 다시 볼 때마다, 이곳이 나의 집일까.. 마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은 루이의 모습이 애처롭다.




개들은 참으로 영악하다.

개들은 인간의 속내를 금세 알아채고, 인간에게 얼마나 기대도 좋을지 본능적으로 느낀다.

내가 루이를 다른 곳에 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너와 함께하는 가족이 되겠노라고 다짐했을 때. 루이는 자신이 나를 얼마나 믿고 좋아하는지를 온몸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루이는 그렇게 지난 11년 동안 끊임없이 내게 말해줬다.

당신은 언제 봐도 반갑고, 언제나 그립고, 언제나 최고야!

당신과 함께라서 항상 기쁘고, 매일 즐겁고, 늘 행복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그런 존재다.

겨우 한 뼘 공간의 곁을 내어주고, 겨우 한 주먹의 먹을거리를 나눠주면 조건 없는 사랑을 인간에게 마구 퍼붓는다. 그것은 인간에게 충만함 그리고 연대감, 혹은 책임감 같은 감정. 때로는 희망과 용기.

반려동물이 선사하는 그 모든 경험은 한 인간에게 살아갈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반려견과 인간은 조건 없이 무한하게 서로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므로 어떤 이에게 반려견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가족'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도 루이는 그런 가족이었다. 


내가 너의 가족이 되어줄게라고 다짐하자,  루이는 장난 좋아하고 잘 웃는 본래 자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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