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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Jun 20. 2024

이별의 감각

루이의 시간((9)

아주 아주 뜨거웠던 여름날

루이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작은 유골함에 담긴 루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기억력이 매우 좋은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루이를 떠나보낸 그날과, 장례 직후 며칠 동안의 일은 아득한 기억처럼 멀게 느껴진다. 마치 아주 슬픈 꿈을 꾼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무렵의 기억이 이상하리만치 희미한 것에 비해, 몇몇 감각 경험은 아주 선명하게 남아 있다. 




루이의 두 눈을 감겨주려 이마를 감싸고 있던 나의 오른 손바닥.

그 아래 작고 동그란 루이의 머리.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그 동그란 이마와 털의 촉감은 분명 그대로인데,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체온. 낯섦.


예쁜 분홍빛을 띠던 배와 귀 속살이 창백하게 변해 가던 모습.

입관하기 전 마지막으로 루이에게 했던 뽀뽀.
그동안 천만번도 더한 볼뽀뽀인데,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감촉.


사후 강직 때문일까.
탄성을 잃은 근육의 미묘한 변화로 입술이 뼈에 닿는 것처럼 딱딱하게 느껴졌다.

마치 인형처럼. 생명이 없는 몸 이라는건. 내가 알던 루이가 아니구나.

그때 비로소 현실을 자각했던 것 같다.

루이는 이미 이곳을 떠났다는것을.




장례를 치르고 나는
남은 방학 내내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
고, 많이 울었다.

그렇게 많이 울 때는 턱이 무척 아팠다.

누군가 양턱 아래 침샘을 뒤로 잡아당기는 것처럼 턱 부근이 시큰거리곤 했다.


턱의 통증과 항상 함께 오는 감각은 답답함이었다.

마치 고구마나 떡을 제대로 씹지 않고 성급하게 삼켰을 때처럼,

뭔가 가슴 위쪽에 막혀있는 것처럼 울끈울끈 답답했다.

목이 메고 가슴이 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건가.


그리고 간혹 뱃속이 뜨거웠다.

뜨거운 어떤 덩어리가 뱃속 한가운데에서 내장을 서서히 녹여버리는 것 같았다.


루이를 떠나보내고

슬픔인지 아픔인지 모를 상태로 몇 주를 보내고 나니, 몸무게가 훌쩍 줄어있었다.

두 달이 지나고,  여섯 달이 지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픔은 덜해졌다.


그렇지만 슬픔은 여전하다.

슬픔은 분노와 연민, 후회와 자책으로 번져가며 나를 괴롭힌다.
나는 지금도 슬픔의 여러 가지 모습 속에 둘러싸여 있다.
깊게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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