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병원을 다닌 지 1년을 기념하며
이 글을 쓰는 시점은 난임 병원을 다닌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지금 나는 동결 2차 이식까지 실패하고, 3차 이식을 앞두고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작년 말 처음으로 병원에 가서 난임진단검사를 받았던 일이 떠오른다. 그땐 ‘내년엔 임신을 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난임 병원에 첫발을 들여놓았을 때 내가 느낀 건 난임 병원에 다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일반 산부인과에 가서 자궁경부암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 다들 묵묵히 아기를 맞이하는 과정을 인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난임 병원을 다니기 전부터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마음이 지금처럼 무겁진 않았다. 병원을 다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들도, 나도 그 간절함이 커져감을 느낀다. <기다림이 평화로울 때> 책의 저자 앨리스 D. 도마 소장은 연구를 통해 난임 여성의 우울증과 가장 큰 연관을 보인 것은 ‘임신 시도 기간’으로 가장 우울한 여성은 2~3년 동안 임신을 위해 노력한 여성이라고 밝혔다. 2년째가 되면, 의사가 자신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며 병원을 찾지만, 다음 해가 되면 자신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단정 지어 우울해지는 것으로 보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아.. 나도 임신 시도와 병원을 다닌 기간을 합치면 그 우울한 시기로 접어드는 건가’ 싶었다.
난임 카페의 글을 보다 보면 나보다 훨씬 오랜 기간 난임 병원을 다니면서 시술 결과가 좋지 않아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많이 본다. 그런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막상 내 주변엔 긴 시간 동안 난임 병원을 다닌 사람이 없으니 ‘나만 이렇게 힘든가’라는 슬픔에 빠질 때가 있다. 막상 긴 시간 난임 병원을 다니고 있는 분들은 그 사실을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말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머리로는 그럴 수 있다 하면서도 마음은 또 ‘왜 나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3차 이식을 앞두고 더 긴장되는 마음이 커졌다. 1, 2차 이식 땐 ‘이번엔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병원에 다녔는데, 3차까지 오니 ‘이번엔 될까?’, ‘이번엔 꼭 됐으면’을 계속 중얼거리게 된다. 아마도 연말에 이식을 받을 것 같은데, ‘이번에도 안되면 연말이 정말 슬플 거 같다’며 미리 걱정 중이다. 남편은 ‘이번에 이식 성공하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겠지?’라며 나의 기분을 띄워주려고 하지만 그 긴장감을 떨쳐내기가 싶지 않다. 휴직을 내고 임신 시도를 하면서 이쪽으로 신경이 다 쏠린 탓도 있을 것이다. 하루 일과가 바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으니.
연말이 되면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올해 한 일이 뭔지’를 정리하는 게 한 해를 보내는 나의 의식이다. 올해는 내 목표가 딱 2가지였는데, ‘건강한 아기를 임신하는 것’과 ‘미니멀라이프’였다. 사실 ‘건강한 아기를 임신하는 것’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아기를 갖는 건 내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임을 알기에, ‘미니멀라이프’까지 곁들어 놓은 것이다. 사실 ‘임신’은 나의 작년 목표이기도 했다. 이루지 못했기에 올해에도 그 목표를 세운 것이었는데, 내년엔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을 목표로 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