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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Jan 23. 2022

Episode23. '난임'에 대해서 공부하기

feat. 방탄소년단(호르몬 전쟁)

여태까지 별 의문(의심?) 없이 난임 병원을 다녔었는데, 전원을 결심한 이 시점에서 치료과정을 되돌아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다. 나는 아직 고차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 잘 몰라서 헤매는 상태도 아니다. 그동안 이것저것 챙기고 알아보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시험관 시술 과정을 전적으로 의사 선생님을 믿고 따라갔었는데, 결국 나의 난임과 임신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벗어나고 싶은 사람은 '나'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멋모를 때 성공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럴 단계는 이미 지났으니 이것저것 찾아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나 혼자만 알기엔 아까워서 블로그에도 올렸다. 공부를 하는 것이 다음 시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면서.     


정보를 찾아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호르몬 관리'였다. 사실 호르몬이라는 것이 우리 몸에 영향력이 아주 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임신에서 호르몬은 거의 성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시험관 과정은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억제하다가 외부에서 호르몬을 투입하여 끌어올리는 과정의 반복이기에 착상, 임신 시 정상적으로 나와야 할 호르몬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우선 호르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프로게스테론’이다. 프로게스테론은 자궁을 임신에 적합하게 준비시키고 임신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용진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혈중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25ng/mL 이상이어야 하고 이 수치가 낮은 경우에는 유산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걸 알기 전까진 프로게스테론 주사와 질정이 정말 귀찮다고 느껴질 때도 많았다. 주사를 맞을 때 배에 멍이 들면 서글퍼지면서 맞기 싫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질정을 넣은 후 밑으로 흐르는 느낌이 들면 이게 제대로 흡수된 건 맞는 건지 찝찝하고 주사도 맞는데 질정까지 넣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넣는 시간도 일정하게 맞추려 노력하긴 했지만, 꼭 그 시간에 넣어야 한다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아차 싶었다.      


또한 자궁 발달 촉진(자궁내막 두껍게 해 줌), 자궁과 태반 사이의 혈액 흐름을 향상시켜주는 에스트로겐의 한 종류인 ‘에스트라디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동결 자연주기 이식을 하는 경우에는 에스트라디올을 보충해주는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도 있다(나의 경우도 이에 속했다). 인공 주기 이식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이 호르몬을 ‘프로기노바’라는 복용약의 형태나 ‘에스트라디올 데포주사’의 형태로 채워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의 수치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거나 저하될 경우 임신에 영향을 준다는 것.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줄 여태까지 잘 모르고 지냈다. 그냥 내 갑상선은 정상이려니.. 하고만 지냈었는데, 임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은 2.5 이하로 수치를 낮추는 것이 임신에 도움이 될 줄이야! 그런데 난임 병원에 다니면서 난임 검사 이후로 피를 그렇게 많이 뽑았는데... 갑상선 수치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갑상선 자극 호르몬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거나, 환경적 변화가 있으면 또 수치가 확 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확인을 해서 약을 먹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결과가 어땠을까, 만약 정보를 더 찾아보고 부족한 부분이 느껴졌을 때 좀 더 강력하게 추가 처방을 요구했더라면. 이번에 진료 기록지를 다 떼어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난 시술 과정에서 '호르몬 관리'과정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자 채취 전, 동결 이식 날짜를 잡기 위해 배란일을 확인하기 위한 호르몬 검사가 다였다.      


찾아보니 이식 전에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라디올 수치를 검사하고, 수치가 낮을 시엔 착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식 전부터 질정과 주사, 먹는 약을 처방해준다고 했다. 물론 사람마다 몸 상태가 다르고 시술 과정이 다르니 처방 또한 다를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아예 검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나 모를 호르몬 결핍에 대비하지 못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관 시술이라는 게 자연임신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더 공부를 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사마다 처방이 약간씩 다르고, 시술 과정 또한 다르기 때문에 왜 그런 방향으로 시술이 진행되는지 무엇보다 그 대상이 되는 나 자신이 제대로 알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궁금한 게 있어도 꼬치꼬치 캐묻기가 어려워서 말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걸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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