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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Aug 20. 2023

아기를 맞이하는 과정 1

- 기형아검사, 정밀 초음파

임신하고 나서 매달 한 가지씩 미션이 생긴 느낌이다. 그 미션은 내가 노력해서 이루는 게 아니라 시간이 해결해주는 과제인데도 부담감, 초조감이 드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전원한 산부인과 병원은 규모가 컸기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진료실을 찾아가는 데 애를 먹었다. 의사도 많아서 그 많은 진료실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을 때 새로운 선생님이 제발 좋은 사람이기를 기도했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갔는데도 괜히 떨렸다. 1차 기형아검사와 정밀 초음파를 보는 날이었기에 우선 초음파실에 가서 우리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난임병원과는 다르게 초음파 화질이 더 좋아졌고, 정밀 초음파라 훨씬 오랫동안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엄마와 가서 초음파실에서 함께 화면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엄마도 뱃속에 나를 품었을 때 병원을 오면 이런 감정이었을까. 엄마가 산부인과를 다닐 때만 해도 매달 정기검진을 가지도 않았고, 초음파로 아기의 모습을 자세히 확인하는 일도 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첫 손주가 기대되는 마음에서인지 엄마도 화면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몇 번 이야기하셨다. 다행히 다운증후군을 판별할 수 있는 목둘레는 정상이었고, 피검사만 하면 1차 기형아 검사가 끝난다고 했다. 사실 나는 초음파를 볼 때 12주차까지만 해도 아기의 신체 구조가 어디가 어딘지 잘 몰라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었다. 그런데 심장 소리를 들을 때만큼은 가슴이 벅차올라서 과장을 조금만 더 보태면 울 뻔했다. 이 아이가 내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이랄까. 1차 기형아검사의 경우 다운증후군 판별 여부에 대해서만 간단히 언급하시고, 나머지는 2차 때 피검사 결과가 나오면 합산하여 기형 여부를 판별한다고 했다. 그렇게 전원 후 첫 진료는 무사히 지나갔다.      

2차 기형아검사의 경우 한 달 뒤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주도 못 참았던 내가 한 달을 참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더군다나 태동도 안 느껴지는 시기라서 자궁이 커진다고 배가 살짝살짝 아플 수 있는데, 그걸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병원에 가야 할까 고민하기를 여러 차례, 결국은 동네 산부인과로 또 달려갔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었고, 성별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딸을 내심 바라기는 했지만, 건강하기만 하면 성별과 상관없이 감사하다 여겼다. 그런데 더 감사하게도 ‘분홍색’ 옷을 준비해도 될 거 같다는 말을 듣고 나니 뭔가 더 설렜다.     


시간은 안 갈 것처럼 하다가도 빠르게 흘러 2차 기형아검사 날이 되었다. 2차는 정밀 초음파를 보지 않고 진료실에서 간단히 초음파로 아기의 머리둘레, 배 둘레와 같은 크기를 확인해서 무게를 대략적으로 확인하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잘 크고 있었고, 일주일 뒤에 나올 피검사 결과만 무사히 잘 나오기만을 기도했다. 은근히 기형아검사 이후에 ‘이상 소견’으로 니프티검사와 같은 검사를 추가로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긴장했었는데 다행히 별 이상 없이 잘 넘어갔다. 다만 나에겐 임신 차수가 지날수록 ‘변비’라는 힘든 과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뭐 임신부가 겪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정밀 초음파’를 볼 시기가 되었다. 이제는 태동도 느껴져서 아기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졌다. 물론! 태동이 잘 안 느껴진다 싶은 날에는 또 걱정을 하긴 했지만. 아기가 21~24주쯤 되면 거의 모든 기관이 골고루 잘 발달 되어 정밀 초음파를 보고 아기 신체의 이상 여부를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아기의 척추, 손, 발, 얼굴 이목구비를 세세히 보고 있자니 뭔가 가슴이 뭉클했다. 남편과 나 둘 중 누구를 더 닮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엄마는 사진을 보더니 남편을 닮은 것 같다고 벌써 판정을 내렸다. 남편의 까무잡잡한 피부보단 내 피부 색깔을 닮았으면 했지만,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여전했다. 기형아검사와 정밀 초음파라는 아기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다 마치고 나니 임신하고 걱정했던 많은 부분들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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