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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Oct 31. 2024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야 너 대단하다. 갑자기 왜 그래?"

"이거 말고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엄마와의 대화다.


사랑도, 일도, 우정도, 돈도 그 무엇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그 생각으로 아침 6시에 일어나 유산소 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7일 차가 되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몸을 밖으로 던진 지 7일 차가 됐다는 말이다.


'오늘은 가지 말고 그냥 더 잘까?'

단 한 번도 고민한 적 없다.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잖아.'

이 생각뿐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식욕보다 더 중요해진 것은 수면욕이었다.

승무원을 그만두고 가장 행복한 일이 수면이었다.

내 마음대로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것을 꼽았을 정도로 수면은 내게 최상위 욕구다.


그런데 최근 수면 시간이 5시간 30분 정도인데도 불평, 불만 없이 눈을 뜬다.

'피곤하다'는 말 대신 '이거라도 내 마음대로 해야지'를 외친다.

왜였을까?


처음 몸을 움직인 것은 단순히 다이어트 때문이었다.

올해 1월, 8키로를 빼겠다는 목표를 다졌으나 빼긴커녕 3키로가 더 쪘었다.

자취 생활을 청산하고 부모님 댁에 들어가면서 건강한 음식을 먹으니 3키로는 금세 빠졌었다.

하지만 결국 원점이지 않은가.

올해 상반기의 다짐은 다짐대로 두고, 몸은 그대로 빈둥빈둥 잘 뿔려 갔다.


몸이 점차 무거워지고, 움직이기 싫어졌다.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긴 옷만 서너 벌 구비해서 살찐 것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러다 <도무지의 책공간>을 운영하면서 이전에 입었던 옷들을 입었고,

들어가지 않는 옷들을 보면서 육중한 몸을 실감했다.


'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서 지운 말이다.

어떠한 일이든 저 말이 떠오르면 바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우선순위에 따라, 미뤄지기도 했지만 결국 안 한 것은 없었다.

그렇게 이번 다이어트도 강행했다.


몸은 참 정직하다.

내가 한 만큼 보여준다.

내가 먹은 만큼 드러난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얼마큼 먹었는지.


운동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한참 운동했던 때의 몸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지금보다 체중은 더 나가는데 탄탄하고 얄상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자고.

나한테는 현재와 미래만 있을 뿐이라고.

그렇게 과거보다 더 나은 내가 되겠다고.


감사하게도 8키로 중 4키로를 감량했다.

남은 4키로를 올해 안에 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급하게 뺀 만큼 쉽게 증량할 수 있으니, 11월 중순까지 위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내 단기적 목표다.


체중을 감량하는 것, 아침에 눈을 뜨는 게 힘드냐 물어본다면 전혀 힘들지 않다 대답할 수 있다.

내게 힘든 것은 다이어트 따위가 아니다.

다이어트는 세상에서 제일 쉽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나를 제어하는 것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오히려 즐겁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

그래서 하루종일 일할 수 있다.

그래서 잠을 줄일 수 있다.


나는 안다.

이런 나의 하루하루가 쌓여 분명 또 멋진 결과물을 가져올 거란 걸.

새벽 6시. 어둠 속에서 시작한 발걸음이 어느 순간 해를 맞이하듯,

서른의 삶.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터널 속 어둠 같지만 또 터널은 끝나기 마련이다.


이로써 완벽해졌다.

그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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