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정원사와의 인터뷰 현장 스케치
“삼각대를 여기다 두면 될까요?”
“누가 와서 앉아 봐요.”
“잘 나와요?” "예쁘다~"
밀집모자를 쓴 실장님과 포토그래퍼 아름쌤이 새로 장만한 카메라를 세팅하느라 분주해요. 마이크는 어디에 달면 좋을까. 작은 테이블을 놓을까. 자갈 위에 의자만 놓는 게 나을까. 미술관 직원들은 쉼 없이 의견을 주고받아요. 자연에서 느낀 경이로운 감정을 담는 영상콘텐츠인 그린 테이블에 초대된 첫 번째 인터뷰이를 만나는 날. 처음은 늘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안겨주지요. 화창한 정원에 긴장감이 감돌아요.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팀장님과 함께 동선 리허설을 했어요. 카메라 앵글에 맞춰 천천히 걸어오다가 잠시 멈춰선 자리에 노랑꽃이 피어있어요. “이거 보세요, 팥꽃이에요!" 식물 덕후 팀장님이 마침 잘 만났다는 듯 이야기를 꺼내요. "카페 직원분이 팥빙수를 만들려고 팥을 가지고 가다가 여기다 우르르 쏟았대요. 팥알을 줍는다고 주웠는데 다 못 주운 거예요. 그때 흘린 팥이 이렇게 자리를 잡았어요."
처음 본 팥꽃의 생명력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우연히 정원에 떨어진 후 조용히 생명의 고개를 든 씨앗. 자연스럽게 정원에 들어온 한 무더기의 여린 풀들을 바라보았어요. 우리가 담으려고 하는 자연에서 느끼는 경이로움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면서요.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을 마주하는 것. 자연의 시공간에 감싸여 있음에 감탄과 감동이 뒤섞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오는 경험들.
뜨거운 정오의 햇살을 온전히 받으며 초여름의 기운을 담은 식물들은 서로 다른 초록으로 흔들려요. 정원 안에 가득 담긴 하코네, 휴케라, 세이지, 별정향풀 들이 오늘따라 더 맑아 보여요. 그때 인터뷰용 의자에 앉아있는 인턴 디자이너를 보며 카메라 구도를 잡아보던 실장님이 외쳐요. “그림이다, 그림. 도현씨 인생샷 찍어줄게요!” 그 말에 카메라 뷰파인더에 비친 미술관의 막내가 수줍게 웃어요.
곧 있으면 김장훈 전문정원사가 이 초록 의자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할 거예요. 평소라면 그는 정원에서 흙을 다듬고 풀을 매만지느라 엉거주춤한 모습이겠지만 이번에는 정원이라는 그린 테이블 위에서 자연과 나누었던 별처럼 반짝이는 경험을 들려줄 거예요. 달밤의 무화과나무 앞에 선 소년에게 생긴 일, 산 정상에서 어린 딸과 함께 만난 뜻밖의 바다 이야기. 그가 바라보는 자연은 우리가 보는 것과 얼마나 닮았고 또 얼마나 새로울까요.
앞으로 우리는 여러 인터뷰이와 함께 다양한 관점과 시선으로 경이로운 감정을 나누게 될 거예요.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분들은 자연에 안겼던 모습 그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주게 되겠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눈과 표정, 손짓 속에 담긴 자연을 들여다보는 시간. 오래전 어느 날 'Sense of Wonder'를 느꼈던 레이첼 카슨이 그 감정을 담은 인터뷰를 떨리는 손과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미술관 직원들을 보고 있다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아요.
블루메미술관이 담아내는 자연에서 느낀 경이로운 감정. 그 첫 번째 이야기인 김장훈 전문정원사와의 인터뷰는 유투브 채널 'Blume Table'을 통해 만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