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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수생 인턴이다!

3수생의 끝, 3秀의 시작

by 민써니
나는 3수생 인턴이다!

정확히 말하면, KOICA 인턴 3번 떨어지고 4번째 도전 만에 합격한 사람이다. 4년간 꿈꿔온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 인턴십. 이제 그 끝을 바라보며 나는 처음으로 '3수생의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


18살 때 처음 국내 취약계층 다문화가정 아동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시작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걸 못 누리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 질문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4년간 교육봉사를 계속하며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를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KOICA라는 이름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코이카 인턴”은 내 꿈의 키워드가 되었다.


세 번의 불합격 그리고 세 가지 배움

사실 3번이나 떨어졌다고 말하면 다들 묻는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어?”

나도 가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다.

그런데도 계속 지원한 이유는 단순하다. 한 번쯤은 내 차례가 올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에서 나는 단순히 ‘합격’만 한 게 아니다.

나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세 가지 ‘秀(빼어날 수)’를 얻었다.



첫 번째 수(秀): 소프트 스킬


: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능숙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게 코이카 인턴십의 목표였지만, 동시에 내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과 부딪혀 봤다. 그래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상황에 도전해왔다.


① 서비스 제공자와의 소통

: 교육봉사와 호텔 인턴십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일방적이지 않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내가 줄 수 있는 걸 고민하는 법을 배웠다.


② 다국적 사람들과의 협업

: 2021년 한-아세안 청년 서밋에 참가했다. 10개국 청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서툰 영어로 밤새 토론하며 다름을 이해하고, 공통점을 찾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이어서 오스트리아 교환학생 생활에서도 나는 세계 곳곳의 친구들과 만나며 자연스럽게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는 방법을 익혔다.



③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소통

: 스타트업 NGO 인턴을 하면서는 대표님, 사업 파트너, 후원자들과의 소통을 배웠다.

그때 깨달았다. “혼자 잘나서 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수(秀): 뾰족한 기획능력


기억에 남는 순간


2021 한아세안서밋에서 얻은 인싸이트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인 ‘용기내 챌린지’를 기획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시절,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캠페인 동아리를 들고 광고홍보학과를 복수전공하며 헌혈 장려 캠페인, 금연 장려, 도박 근절을 위한 공모전에 참가해 수십장의 기획서를 썼다.

이 밖에도 NGO에서 2종류의 펀딩을 기획했고 네이버 해피빈 100% 조기달성, 텀블벅 223% 달성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기획을 한다는 건 ‘기억을 남기는 방식으로 사회를 바꾸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단순한 실행이 아니라 "왜 이 일을 하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 번째 수(秀): 실행력


나는 잘하는 사람은 못 될지라도 해내는 사람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도전했고,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코이카 인턴십을 따냈다.


3번 떨어졌던 내가 졸업하자마자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실행력 덕분이다.

한 걸음씩, 우직하게 해보는 것. 그게 나의 방식이었다.


나는 이제 곧 KOICA 인턴이라는 이름표를 내려놓는다. 하지만 세 번의 도전 끝에 얻은 ‘3秀’는 내 안에 남는다.


문이 닫혀있을 때도 있었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결국 소프트 스킬, 기획력, 실행력이라는 나만의 ‘3수’를 만들어냈다.

다음 무대가 어디든 나는 오늘도 내 3秀를 가지고 걸어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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