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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백수를 앞둔 공기업 인턴이 말하는 진짜 행복.

꿈꾸던 회사에 들어가서 깨달은 것들

by 민써니


내가 꿈꾸던 행복은 '합격'이었다.
코이카 인턴이 되면, 그 순간부터 행복이 시작될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그게 전부일까?

18살 고등학생때 우연히 하게 되었던 교육봉사를 통해 나는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4년간 교육봉사를 이어오며 '개발협력'이라는 분야를 알게되고 자연스럽게 코이카(KOICA) 알게 되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적 개발원조를 다루는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

말만 들어도 정말 으리으리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만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회사였고 공공기관의 성격을 띄기에 21살무렵부터 코이카에서 인턴을 해보는 것은 자연스럽게 나의 꿈이 되었다.


4번의 불합격 끝에 찾아온 합격

그 뒤로 매년 최소 1번은 코이카 인턴십 공고가 뜰 때마다 지원을 했었다. 안될것을 알면서도 매번 자소서를 쓰는 나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눈치를 보냈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 꿈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정작 나도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게 나한텐 너무 간절했나 보다.


그리고 드디어, 기적처럼 기회가 왔다. 그것도 코이카 내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진 ‘글로벌연수사업실’이라는 부서에 인턴으로 합격하게 됐다.


졸업 직후 바로 시작된 인턴십.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고 ‘이제 행복 시작이다!’라고 생각했다.



흑도 백도 아닌, 그 사이에서 흔들리며 느낀 감정
: 꿈은 맞는데, 방식은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4시간 가까운 통근, 낯선 실무, 딱딱한 행정 언어, 갑작스러운 업무 요청…

‘이게 내가 원했던 거 맞나?’


출근 첫 주부터 그런 생각이 떠올랐고 내 꿈을 다시 꺼내 묻게 됐다.

"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


이 마음은 여전히 분명하다. 그래서나는 현재까지 나는 스타트업 NGO부터 코이카라는 공공기관까지 다양한 환경을 직접 겪어보며 그 꿈의 방식과 방향을 탐색해왔다.

스타트업 NGO에서는 유연함이 좋았지만 불안정했다. 코이카는 안정감이 있었지만 유연하지 않았다.

둘 다 맞았고, 둘 다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사이 어딘가—‘나답게 일할 수 있는 경계선’을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환경에 따라 내가 하는 '기획'의 색도 달라진다.
그리고 나는 내 색을 잃지 않고 기획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획보다 기억이 남는 사람으로

인턴을 하며, 내 삶에도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출근길에 매일 한숨 쉬었는데 어느 날은 같은 길에서도 고마움이 느껴졌다.
약 3개월이 지나면서 나만의 루틴이 생겼고 그 루틴에서 나는 감사와 안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곧 인턴 생활이 끝난다.
다음 기수 인턴 모집 공고가 올라오고 내 블로그엔 질문들이 하나둘씩 달리기 시작했다.

그 질문들 사이에서, 나도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이 시간 동안, 무엇을 얻었을까?”


돌아보면 크고 거창한 건 없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남은 것들이 있다.

각기 다른 꿈을 가진 사람들과의 소통, 하루 10분의 홈트, 매주 몇 편씩 브런치아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던 시간들.


공공기관에서의 기획업무는 제한적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엔 분명 한계도 있었다.
그래도 그 안에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결국 기획보다 기억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그 기억이 ‘나답게 살았다’는 감각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합격으로 시작된 꿈. 결국엔 ‘나답게 일하고 싶은 마음’으로 돌아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쩌면 나의 행복은 오늘도 나답게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인턴십을 통해 내가 더 성장했다기보다는 그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더 명확해졌다는 것.

그게 지금 내게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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