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일상 속 자라난 것들
한결같은 일상이지만 그 한결같음이 좋아졌다.
17주 차 인턴의 하루는, 처음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매일 5시 50분 기상, 7시 지하철, 9시 시작되는 루틴.
이 익숙한 반복이 어느 날부터는 이상하게도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지루하다고 여겼던 루틴이, 지금은 나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거다.
삶이 지루하단 건, 기회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간의 인턴활동 기록을 보면 오랫동안 꿈꿔왔던 공공기관에 3번의 지원 끝에 합격하였으나 나는 꽤나 권태를 느껴왔던 것 같다. 기대가 많았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닌데 그냥 이상하리만큼 평온한 회사생활이 지루했고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인턴의 특성상 일이 몰아칠 때는 급하게 몰아쳤다가 또 쉴때는 너무 쉬어야하는 상황인게 참 어색하였다.
심지어 내가 지금 하는 업무가 외부에 공개되면 안되기에 열심히 일을 해도 이걸 사람들한테 알릴수도, 자랑할 수도 없다는게 한 편으로는 슬펐다. 또한 취업준비생으로서 거의 주말마다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공공기관에서 인턴십을 했기에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라서 나의 스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쌓을 기회가 없다는 것도 그 아쉬움과 슬픔에 한 몫 했던 것 같다.
반복되는 하루가 익숙해지자, 거기서 작은 여유가 생겼고 그 여유 덕분에 내가 하고 싶던 걸, 비록 짧게라도 하나씩 해볼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문득 모든게 익숙해지고 반복되다보니 어느샌가 그 속에서 내가 안정을 찾고 오히려 지옥같은 통근 4시간 속에서도 '사람냄새 나는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쓰면서 문득 인턴을 시작한지 벌써 17주가 되었고 이제 한 달가량밖에 인턴기간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요즘의 나를 돌아보자 교육도 듣고, 업무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체력단련실에 가서 운동도 하고 퇴근 후에는 온라인으로 스터디도 진행한다. 인턴 동기의 생일이 되면 몰래 생일 축하 파티를 준비해 열어주기도 하며 서로를 챙기는 따스한 마음도 절대 잊지 않으며 동반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성장은 갑자기 오지 않았다. 하루가 단단해졌을 뿐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있자니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한 일상속에서 나는 안정을 만들어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잡을 수 있는 기회들을 꽉 잡고 있었다.
3번이나 인턴십/신입 공고에 지원했고 그 중 결과가 나온 2곳에서 아쉬운 소식을 들은 뒤 4개월간 자격증을 2개 취득했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집에서 혹은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다보니 살은 2kg가 빠졌지만 몸 선은 정말 몰라보게 달라지고 예뻐졌다.
반복되는 하루가 지루하기만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게 바로 내 삶의 기반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지금 내 하루는 기회가 와도 꽉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고 있었던 거다.
내가 몰랐던 사이, 내 하루는 뿌리처럼 단단해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지루한 하루들이 반복되던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이게 바로, 단단해지는 중이었구나.”
내가 몰랐던 사이, 내 하루는 뿌리처럼 단단해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루해 보이는 하루가 나를 잡아주고 있었고, 그 안에서 나는 무너지지 않도록 버티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는, 기회를 ‘기회’로 알아보는 눈이 생겼고 그걸 붙잡을 준비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