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은 실수가 아닌 상상 때문에 무너지기도 한다.
“경험이란, 아무 일도 안 일어났을 때 생긴다.”
: 어떤 일이 '크게 터지지 않아도 신입의 내면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이 같은 인턴 동료이던, 상사이건 나를 찾는 다급한 전화나 메시지는 언제나 좋은 법이 없다.
그리고 그런 일은 오늘도 생겼다.
6월 첫째 주는 근무하는 날이 수요일과 목요일뿐이라, 수요일 하루에 출장도 다녀오고 보고서도 정리해서 제출했다. 목요일 오전까지 아무 피드백이 없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보고서를 제출했고, 아무도 나의 보고서에 대해 피드백을 주지 않았다. 그 자체가 칭찬이라 여겨졌고, 기분 좋은 목요일 오후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근무지내 출장을 준비하고 자리로 복귀하자 대리님께 부재중 전화가 왔다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점심시간보다 5분 먼저 나가는 것도 조심스러운 인턴. 나는 아직도 모든 게 낯설고 조심스럽기만 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괜히 대리님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나를 붙잡고 혼을 낼 것 같은 상상을 하며, 손끝이 차가워졌다.
'아 이제는 내려가봐야하는데...!!!'
아무리 근무지내 출장이라할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까지 시간이 흘렀다.
조급한 마음에 대리님께 먼저 메세지를 보내보았다.
그뿐이었다. 혼내지 않으셨고, 따뜻한 말까지 더해주셨다.
허탈했다. 그와 동시에 웃음이 났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안도했지만 곧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직도 나는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실수보다 상상에 먼저 무너진다.
그러자 문득 궁금해졌다.
허... 29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29살의 나. 아직 어리지만 사회초년생 티를 조금씩 벗기 시작할 나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혹시 오늘도 별일 아닌 일 앞에서 마음이 무너졌다면, 그건 널 아끼는 네 마음이 너무 예민했기 때문일 거야.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오늘도 내가 잘 버텼다는 증거야."
한 발짝만 떨어져서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마 나는 남은 인턴십 동안에도 계속 실수할 것이다. 그리고 실수보다 더 많은 걱정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점점 겁을 덜 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어제도, 첫날에도 혼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내 안에서는 매일 아주 조용한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
혹시 오늘도 별일 아닌 일 앞에서 마음 졸인 하루였다면, 그건 너의 마음이 그만큼 진심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