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범한 곳에서 들은 아주 구체적인 다정함.
오늘도 KOICA 인턴으로 출근한 어느 날, 화장실에서 누군가를 마주쳤다.
그 분은 나에게 매일 “이뻐~”라고 말해주던 아주머니였다.
그날, 나는 그 웃음 뒤에 숨겨진 한 문장에 꽤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아유, 오랜만이네! 이뻐!
이번 기수 인턴들 너무 예뻐. 다 키도 크고 날씬하고, 항상 먼저 웃으면서 인사해. 걸그룹 같애.
어른들은 보면 알잖아? 참 가정교육 잘 받았어. 그런 건 후천적으로 잘 안돼.
늘 덕담을 아끼지 않고 웃으며 대해주시던 아주머니라, 나도 더 자주 기억하게 됐다. 그래서 오늘도 자연스럽게 짧은 담소를 나눴다.
그런데 오늘은, 그녀의 말이 내 마음을 묘하게 울렸다.
내가 쇠똥구리여도 사람들이 나를 반딧불이로 볼 수 있고, 내가 반딧불이여도
사람들이 나를 쇠똥구리로 볼 수 있어. 나의 타고난 매력과 노력은 내가 먼저
알아줘야 해. 그리고 그걸 사람들에게까지 보여주려면, 늘 최선을 다해야지.
가치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거야.”
갑작스러운 말씀이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강하고 선명하게 살아 있었다. 늘 웃는 얼굴이었지만, 오늘의 말은 그저 다정한 친절이 아니라 '삶을 아는 사람'의 진심어린 얼굴에서 나왔다.
오늘 그 말을 듣고, 나는 내 인생을 처음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그러했다.
KOICA 인턴을 해보는 것이 2021년부터의 꿈이었지만, 막상 시작하고 한두 달이 지나자 매너리즘에 빠져버렸다. 감사하고 배움을 얻기보다는, 현실의 환멸과 염증을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그 말을 들은 뒤, 내가 첫 주차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꺼내 읽었다.
대학 시절 썼던, 내가 이루고 싶은 꿈과 다짐이 담긴 버킷리스트 노트도 다시 열어보았다.
지금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거대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이곳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더라.
죽은 듯한 하루를 보내는 대신, 이 시간을 감사하며 살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나니까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 삶의 빛깔이 바뀐다는게 느껴졌다.
아주머니의 말씀은 그저 철학적인 말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다정함이었다.
나는 이렇게 현실에서 “행복한 청소부”를 만났다.
혹시 당신도 요즘 내 삶이 무색하게 느껴졌다면, 이 글을 저장해두었다가 다시 꺼내보기를 추천한다.
우리는 모두 작지만 빛나는 순간들로 살아내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