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달리는 법은 알지만 함께 숨고르는 법은 몰랐다.
회사에서 이런 공지가 내려왔다.
"회사에서 발야구 대회를 할 예정이에요! 우리 부서에서도 세 분이나 참여하시는 게임이니만큼 모두 진심을 다해 응원해보는 건 어떨까요?"
처음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 귀찮아... 업무도 있고 자격증 공부도 해야 하고 점심시간엔 헬스도 하기로 했는데 왜 나까지? 안 가~~~”
그런데 인생이 늘 그렇듯, 생각대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결국 타들어갈 듯한 햇볕 아래에서 1시간씩 뛰고,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나는 하루를 23분씩 쪼개가며 과제, 동아리, 공모전, 봉사활동, 시험공부를 병행하던 시절을 보냈다. "쉬는 건 곧 실패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품고 미친 듯이 달렸다.
그래서일까. 나는 달리는 법은 누구보다 익숙한데,
함께 숨 고르는 법은 잊고 있었다.
우리 플랜카드 만들어요! 응원상 타야죠!
'심지어 플랜카드까지?'싶었다.
하지만 분리수거함을 뒤져 박스를 챙기는 동료 인턴분들을 보며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같이 만들게 되었고, 대회 당일엔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 작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열정도 전염되는 건가?)
이틀에 걸쳐 작업하고 나니, 대회를 빠질 수가 없었다.
“선수도 아닌데... 그냥 구경이나 갈까?” 했던 마음은,
‘Pink’ 티셔츠에 부부젤라까지 챙긴 진심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 팀은 졌다.
하지만 나는 정말 죽기 살기로 응원했다.
사무실에서 같이 일할 땐 미처 몰랐다.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는 경기를 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우리 부서 선수분들의 뒷모습이 왜 이렇게 찡했는지.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심은 티가 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은 결국 빛이 난다.
20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왔다.
‘남들만큼 해서는 안 된다’, ‘매일 최선을 다해야 기회가 올 수 있다.’
그 믿음으로 성실히 달려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삶엔 ‘여유’라는 단어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누군가를 응원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달리면서,
나는 그 순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P.S. 혹시 오늘도 쉼 없이 달리고 있다면 당신만의 숨 고르기를 허락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