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교환학생의 현실 H&M, Zara 털이 (절망편)

털린 건 옷이 아니라 나였다.

by 민써니
유럽 가면 그래도 옷 많이 살 수 있겠는데?!


오스트리아 교환학생을 가기 전, 나는 옷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지내야 했지만, 짐은 이미 한계치였다.


그래도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체형이 나와 비슷하고 H&M이나 Zara 후기를 보면 ‘핏이 잘 맞는다’는 글이 많아서 기대가 컸다.


당시 나는 키 167cm, 몸무게 47kg.
팔다리가 길고 골반이 있는 편이라 체형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오래 앉아 있는 습관 때문에 자세가 흐트러져 있었고, 노출 있는 옷은 늘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교환학생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오스트리아 여성들의 평균 키가 160cm 중후반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보았기에 “이번엔 진짜 나랑 딱 맞겠구나!”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출국했다.


클라겐푸르트에 도착한 첫 주, 적응하자마자 시내로 달려갔다.

목적지는 명확했다. H&M과 Zara.


"유럽은 패션의 중심지 아니겠어~드디어 나도 유럽 감성으로 쇼핑 좀 해보겠구나~"

하며 각오하고 배낭까지 메고 나왔는데…


어라?

현실은 조금 달랐다.

IMG_7615.jpg 당시 한국에서도 XS입는 나인데 M사이즈를 입어도 핏이...ㅎ

브래지어 위에 솔이 달린 듯한 옷,

평소 XS 입는 나에게도 짧은 M 사이즈,
단정해보였지만 막상 입어보니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니트까지.


뭐 하나 내 몸에 맞는 옷, 평범한 옷이 없었다!!!


유튜브에서 ‘유럽 Zara 털이기’ 영상 보며 웃던 내가 이제는 그 “이상한 옷들”의 실체를 직접 마주하고 있었다. 그 영상들이 마냥 과장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었다.


하지만 나는야 집념의 한국인. 포기하지 않지!

그렇게 하루 종일 돌아다닌 끝에 모두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준 핑크 니트 하나를 득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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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오스트리아 옷들엔 ‘재활용 원단 사용률 N%’가 꼭 적혀 있었다.

내가 구매한 저 니트는 ‘60% recycled polyester’그러니까 원단의 절반 이상이 재활용된 섬유로 만들어졌다는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메세지가 담겨있었다.


‘이래서 선진국은 다르구나…’ 하며 기분 좋게 나에게 딱 맞는 핑크 반팔 니트를 득템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계산대를 나와 기숙사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아쉽게도 저 니트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6개월간 자주 입어댔더니 이제는 보풀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헤져버려서 다시 입기엔 어려워졌다.


그래도 나에겐 정말 큰 추억의 옷으로 기억에 남는 옷이 되어 절대 버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 사진을 보면 옷이 없어서 맨날 촌스러운 옷만 돌려입고 같은옷만 입고 사진 찍고 그랬는데, 돌이켜보니 그것마저도 추억인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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