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먹힌 세계, 치매에 먹힌 아빠

치매돼지

by 민진


얼마 전 뉴스에 인간의 치매 유전자를 가진 치매돼지 복제를 국내 연구진이 성공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조만간 복제된 치매돼지 대량 생산도 가능해 치매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1996년 영국에서의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를 시작으로 1997년에는 복제 송아지가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1999년에는 복제 소 영롱이까지. 20세기에 이미 동물 복제에 성공했고, 21세기 현재의 기술력으로 인간 복제도 가능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로 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속 복제인간들의 이야기가 곧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21세기 현재의 과학 기술에 과연 누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전 세계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릴 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사실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전염병에 시달려왔다. 중세 유럽 인구의 1/3을 죽였다고 알려진 페스트나, 1차 세계대전 사상자의 세 배에 달하는 사상자를 발생시겼다는 인류 최대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스페인 독감이나, 우리는 이러한 질병들에서 살아남은 조상들의 후손이다.


그 후손들은 엄청난 과학,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질병을 장악한 듯 보였으나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고, 모든 의학 기술을 총동원 평균 10년 걸린다는 백신을 1년도 안돼 만들어내는 엄청난 반격을 시도했지만, 진화하는 인간에 바이러스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며 백신접종 70%가 넘어도 확진자가 폭발하는 사태를 만들어냈었다.


정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처음 코로나가 발발했을 때만해도 이 사태가 2년이 넘게 지속되는 장기전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코로나와 함께 우리 가족에게 닥칠 엄청난 시련도 전혀 알지 못했다.


코로나 발발 초기 거리두기와 확진자 동선노출로 거리는 한겨울의 한파보다 더 꽁꽁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가능하면 집에 머물렀고, 나 또한 목만 아파도 자체적으로 자가 격리를 하며 집 밖을 안 나갔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내가 코로나라면 내가 방문했던,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끔찍했다. 배달로 음식이 넘쳐난다고 오시지 말라고 했는데도 엄마, 아빠 두 분은 먹을 것을 장바구니 카트에 한가득 챙겨 집 앞에 두고 가셨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나갔을 때는 이미 엘리베이터에 탄 두 분이 나에게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고 계셨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던 아빠...


그땐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방문이 될 줄은 ...


너무나 멀쩡해보이셨던 아빠는 사실 그때 이미 밤마다 잠을 못자고 “이대로는 못 죽는다”며 소리를 지르거나 아니면 밤새 대성통곡을 하거나, 별일 아닌 일에도 폭력적으로 화를 내거나, 아니면 물건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이 잃어버리시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셨는데 코로나로 방문은 자제하고 간혹 전화만 드리던 우리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하셨지만, 우리가 걱정할까봐 내색 안하고 혼자 감당해보려 애쓰셨었다. 그러나 엄마도, 우리도 그것이 치매 증상이라 것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아빠가 치매라니. 그렇게 똑똑하고 꼼꼼하신 분이 치매라니...


그렇게 코로나가 세계를 먹어치우고 있을 때, 치매는 아버지를 잡아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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