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팽팽한 줄 같다. 당장이라도 툭 끊어질듯해 가슴이 터진다.숨이 막힌다.못한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못한다고 얘기해도 대신해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공연 때문에 안된다, 약속 때문에 안된다,나 그거 안 해봐서 못 한다, 신경 쓰여서 못 한다, 잘 몰라서 못한다' 그냥 그렇게 망설임 없이 곧장 말하고 싶다. 주저 없이 도와달라고 하고 싶다.
12월부터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5분 간격으로 시간을 쪼개며 일하고 있다. 키보드를 두드릴 때얼굴은 딱딱히 굳어 있다.미간 사이엔 살얼음이 낀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봤자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나만 욕먹는 일이라는 거 잘 아니까.
자매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좀 더 일을 맡아서 했던 두 달 전의 나를 때리고 싶다. 뭐 하러 했을까. 자매도 타인인데. 쟤는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데. 나는 내가 구했어야 했는데.
'나 못하겠어.'
예전 같으면 쪽팔려서 못 했을 소리가 지금은 제일 하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자매가 부탁한 일은 괜히 더 했고, 집 가기 직전에 귤은 괜히 까먹었다. 괜히 한숨만 먹고 명치만 아프다. 돈 좀 덜 무서워할걸. 배고픔 좀 덜 무서워할걸. 어쩜 이리멍청이 같고 한심했는지.
나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혼자 사는 게 인생이라지만 혼자서 해결할 게 너무 많은 인생은 버겁고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