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거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SHOOP 리슙 Jun 30. 2023

고상


가장 최근에 내린 결정이 하나 있다. '지금 당장 고상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우아하지 못할 이유도 없으니 그렇게 살자'라고. 내 태도와 마음가짐은 순전히 나의 것이니 내가 선택하자고. 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 살고 싶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사이렌: 불의 섬> 닮고 싶은 이들을 만났다. 퍽 반가웠다. 각각 소방관, 운동선수, 군인, 경찰, 경호원, 스턴트 배우로 이루어진 팀서로 한 섬에 모여 경쟁을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여성으로 하나같이 끝내준다. 땀과 흙과 물을 뒤집어써도 그냥 멋지(없었으면  어버렸을지도). 투철한 신념확고한 의지 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들이 거침없 드러다. 순수하고 듬직. 자신과 끈끈하게 그들의  조화. 분에 점차 타고난 경만 선망하고, 노력을 부끄러워하고, 자기 연민에만 젖은 사회에서 필요한 태도시금 되새길 수 있다. 나도 지키고 타인도 지키는 연대감 더불어. 거야말로 위선과 가식 없는 점잖은 교양 프로그램 아닐지.


다 멋졌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했던 소방팀!


누군가는 고상함 혹은 우아함을 떠올리면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깔끔하고 비싼 에서, 비싼 옷을 입고 잔을 든 채 웃고 떠드는 그런 모습을.


누군가는 나의 일상을 들여다 보고 우아함을 주창하는 모습에 실소를 터트릴지 모른다. 백팩 메고 운동화를 신 채 매버스를 고, 교실과 화장실을 청소하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틈틈이 벌레(요즘은 그리마보다 날벌레가 늘었다) 죽이러 다니는 모습에. 각처되지 않는 계획과, 불쑥불쑥 들어오는 타인과, 예산 부족과 그 밖의 자질구레한 건들에 울컥울컥 마음이 흔들리고 짜증과 서운함이 치솟 모습에. 


그렇지만 내가 우아한다면 우아 고, 고상하다면 고상한 거다.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 평가받으려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꼿꼿한 자세로 떳떳하게, 나답게 살려는 누구나 다 우아하다. 슬픔과 원망에 영원히 잠식되지 않고, 울다가도 다시 마음껏 애쓰는 누구나 유쾌하다. 


우리는 모두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고 원래 거대한 서사에는 수많은 장면들이 축적되어 있다. 산도 굴곡이 있어 아름답듯이 나도 수많은 장면이 있어 아름답다.





몇 달 전 유튜브에서 '아름답다'의 어원을 보았다. '아름'은 '나'라는 뜻이란다. 누구도 아닌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나. 아름다운 나는 평안하 강하다. <사이렌>의 그들럼. 되도록이면 평안하고 강해지자. 혹시 아는가. 별 의식 없이 보인 말과 행동이 자신이 우울인지 모른 채 점점 죽어가는 이들게 심폐소생술 될지도.



15세기 석보상절에 나온 말이라고 한다(출처: 정형돈의 제목없음 TV)
매거진의 이전글 둘둘둘, 훅, 따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