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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Dec 21. 2022

카레로 시작해서 오돌뼈까지

와인바 사장이 마감하고 늘 먹는 안주는?


 며칠 간 밀렸던 일기를 씁니다. 메뚜기가 철을 맞았어요. 연말이라 와인바 예약이 많아져서 사장이 좀 바빴습니다.

 자~ 제일 먼저 풀어놓을 이야기는 카레 이야기.

며칠 전 저녁 마감하고 한 잔 하러 간 포장마차에서 젊은 손님들이 밸런스 게임을 하는 걸 들었어요. 은근히 재미있던데요? 그래서 저도 요리하면서 혼자서 살짝 게임을 해 봤지요.


'평생 하이라이스? VS 평생 카레라이스?'


 왤케 힘들어....

조금 고민하다가 가뜩이나 복잡한 인생에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것 같아서 관두고 길을 찾았어요.


두 개를 섞어서 만들면 되죠. 세상 간단한데!

카레는 강한 풍미로 요리의 각을 세워주고 하이라이스는 부드러움으로 카레를 수용해냅니다.

조화와 균형은 삶에서 뿐만 아니라 요리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의 출근룩!

즐겨입는 낙타색 외투와 날씨가 추워서 둘러본 털 목도리.


'카멜색 코트라 쓸까?퍼(fur) 머플러라고 쓸까?' 망설이다가 모처럼 우리말로 써 봤어요. 외투는 완전 우리말도 아니지만요. 그러면서 알쏭달쏭 또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익숙한 것이 맞는 것일까요? 맞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까요?


표현을 강요 받았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릅니다.대학 1학년에 학교 방송국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남자 선배들에게 '형'이라고 부르래요. 오빠라고 하면 야단을 치고 기합을 주고 생난리. 아니 여자가 남자에게 웬 형?


처음에 입이 안 떨어져서 많이 힘들었지만 몇 년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오빠'란 표현이 입에 안 붙고 어쩐지 오글오글. 도대체 나의 뇌는 무엇이 된거야.... 요즘은 다들 00님이라 하지요.


저는 그게 정답인 듯 해요. 공평하고 자유로워 좋아요. 조금 늦게 태어날 걸 그랬어요. (조금이 30년?)

불금을 마감한 어느 금요일날은 평소 보다 늦은 퇴근을 했지요.

제일 추운 날씨였지만 홀을 채워주신 분들의 체온으로 마감할 무렵엔 후끈했어요.


손님께 저 위 사진의 요리를 만들어드리고 포차와서 사장은 아래 사진의 요리를 먹으며 하루를 마감했어요 포차도 그날은 손님이 많았지요.

솔직히...그렇게 매섭고 시린 날씨엔 와인보단 소주가 나은 듯 해요. (제가 와인 바 사장이긴 하지만)


사장의 마감 안주는 맨날 오돌뼈에 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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