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트렌드 알아보기
해외 생활을 시작한지 아직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금새 한국에서는 어떤 것이 떠오르고 어떤 것이 지고 있는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저도 제 생활을 해야 하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 나와 더 가까운 곳에 더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연초 짧은 방학 기간에 읽은 트렌드 코리아 2022 내용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점들을 발췌해 봅니다.
이제 트렌드는 모두가 함께 공동으로 느끼는 커다란 흐름이 아니라, 작은 지류들과 같이 소수의 단위에서 갈라지고 모였다가 다시 퍼지고 있다. 자신이 소속된 준거집단 위주로 형성되던 전통적 ‘우리 의식’이 취향 위주로 재편되는 나노사회에서 트렌드가 세밀하고 다양하게 빨라지는 것이다.
전통사회의 개인은 자신이 속한 준거집단 내에서 정체성을 찾았지만, 이제 나노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내면지향적인 취향을 기준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우리 의식’이 흐려진 자리에 자신의 다양한 취향 위주로 트렌드가 재구성되면서, 혈연 지연 학연의 힘이 약해지는 반면, 인터넷이 이끌어낸 고도의 연결성은 과거보다 훨씬 다채로운 취향과 욕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모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에서 지적했덧, 개인 자신도 여러 취향에 따라 파편화되고 재편집되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개인조차 더 세분화되어 다양하게 결합 분해하는 방식으로 변하는 것이다.
취향으로 뭉친 집단에서는 서로 선호하는 정보만을 주고받기 때문에 자기 확증적 성향이 강조되기 쉽다. 매체와 플랫폼이 이러한 편향을 다양성과 상호 이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선도해주면 취향 공동체의 순기능이 해당 집단을 넘어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전달되던’ 정보의 방향이 우리가 ‘선택하는’ 정보만 살아남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정보의 선택권을 갖게 된 소비자는 역설적으로 자신과 견해가 같은 사람들과’만’ 소통함으로써, 반대되는 목소리는 만나지 못하게 된다. 결국 같은 의견의 메아리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고’ 주변 사람들도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객관적인 소비수준이 좋아졌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소비를 갈구하게 된 데는 심리적인 요인도 크다. 현대인에게 제2의 삶의 무대와도 같은 SNS 세상을 보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준거집단들의 면면이 너무나 화려하다. 극심해진 FOMO 증후군은 SNS 상에 매일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상품, 한한 장소 등을 쫓아가지 않으면 뒤처지고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을 조장한다. 오늘날, 가는이란 그냥 돈이 적은 상태가 아니다. 주변의 준거집단보다 돈이 모자라는 상태다.
품위를 지키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품목들이 겉으로 보이는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넘어 수준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문화생활 향유, 호텔이나 리조트 숙박 등 비물질적인 품목들로 번져간다. 누려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필요한 돈은 점점 늘어나는데, 벌어들이는 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이것이 문제다.
머니러시 트렌드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나가는 동시대인들의 ‘커리어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이런저런 흐름에 쏠려 다니는 혼탁한 세상에서 자기만의 ‘한 우물’을 파는 것은 여전히 존경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제의 일을 오늘도 답습해도 된다는 타성의 변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자기 전문성을 확고히 하면서도 그를 기반으로 역량의 적용 가능성을 넓혀가는 경력의 확장, 다시 말해서 개인적 피보팅이 절실하다. 그를 위해서는 침잠하며 배우고 익히는 개인적 레버리지의 시기도 필요하다. 결국 머니러시 역시 우리 모두 좇아야 할 필생의 과업, ‘성장’과 ‘자기실현’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득템력은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차별화 수단을 쥐여줘야 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제품, 브랜드, 마케팅으로 화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갖고 싶다는 갈증과 부정적 정서 사이에서의 적당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상품 과잉의 시대, 타인과 차별화하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과 정교한 희소성 마케팅이 교차하고 있다. 이 신개념의 과시소비 사회에서 희소한 아이템을 이해하고 가질 수 있는 ‘득템’ 능력이 소비의 신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돈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현대판 구별짓기 경쟁이 시작됐다.
도회적 생활이 일상이 된 오늘날, 시골은 비일상과 낭만의 공간이자 나만의 특별한 아지트로 대비를 이룬다. 나아가 시골살이는 노년에나 어울리는 은둔 혹은 고립의 생활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필요한 재충전의 시간이 된다. 이러한 시골지향적 라이프스타일은 도시와 단절되거나, 도시에서의 삶을 완전히 떠나는 귀농, 귀어, 귀산, 귀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도시를 완전히 떠나 시골로 향하는 이도향촌이라기보다는 일주일 중 4~5일은 도시에 머물다가 2~3일은 시골을 찾는 오도이촌 혹은 사도삼촌을 실천하며 도시의 일상을 조금 덜어내고 소박한 촌스러움을 삶에 더하는 새로운 지향을 의미한다.
듀얼 라이프를 위한 거점을 마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본격적인 전원생활을 준비해온 중장년층의 경우 양양, 양평, 가평 등지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전원주택단지에 별장을 마련하기도 하고 강릉, 속초와 같은 휴양지 근처의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세컨드 하우스로 삼기도 한다. 부담스러운 매매 대신 친척들까지 돈을 모아 전셋집을 임대하고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선택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점 생활에 필요한 집은 오두막 정도여도 족하다. 주문이 밀릴 나머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실물을 접할 수 있다는 농막이 그런 역할을 담당한다. 농막은 원래 농사에 필요한 자재나 수확물을 넣어두는 창고 용도로 농지에 설치하는 컨테이너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여 진화하고 있다.
도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다양한 배움의 기회, 풍부한 일자리, 아파트로 상징되는 쾌적한 주거 환경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로 가능한 편의시설, 놀거리, 즐길거리 또한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대면 수업과 원격근무가 확산됐으며, 여가 시간 또한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이 물리적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가상공간의 활동으로 상당 부분 이전되고 있다. 명품부터 가구까지 터치 몇 번이면 무엇이든 주문할 수 있는 모바일 쇼핑 환경이나 배달의 민족답게 산골 외딴집에서도 마라탕을 주문해먹을 수 있는 시장의 변화 또한 탈도시화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러스틱 라이드에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 쉬워지면서 지역은 도시 못지 않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건강이 ‘몸과 마음에 아픈 곳이 없음’을 가리켰으나 요즘의 건강은 단지 질환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스스로의 삶과 몸 상태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뜻한다. 이러한 까닭에 사람들은 매일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ㅊ ㅓ방하며 스스로 건강해졌다고 느꼈을 때 큰 만족감을 얻는다. 즉, 건강관리야말로 요즘 사람들의 ‘자기 관리의 종착역’인 것이다.
사회에 만연한 불안감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더욱 보호하게 만들고, 이러한 경향성이 곧 건강식품을 먹고 운동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의 경제적, 정치적 불안감이 건강에 대한 투자로 표현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엑스틴은 1970년대 출생자로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10대 시절을 보내면서 형성된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라는 의미와 Z세대와 알파 세대의 사이에 있는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세대라는 의미를 포괄한다.
기존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족을 위한 소비에 집중했다면 엑스틴은 소비의 중심에서 ‘나’를 제외시키지 않는다. 나를 위한 소비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자기 관리와 성장이다. 엑스틴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큰 ‘업글세대’다. 특히 엑스틴은 이전 세대인 베이비부머와 달리 높은 대학 진학률을 보인 첫 세대이기도 하다. 누구의 아빠이자 엄마이기 전에 개인으로서 자기계발에 대한 갈망이 높다.
엑스틴이 자녀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가치관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부머 세대로부터 ‘노력해서 성공하는 삶’을 요구 받았던 것에 비하면, 엑스틴은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1등을 바라지 않는다. 대신 자녀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지원한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 익숙하다 보니 엑스틴은 세세한 매뉴얼에 기반한 ‘마이크로 매니징’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아래 세대들은 엑스틴에게 명확한 매뉴얼과 합리적 업무 지시를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X세대를 포함한 위 세대가 일을 관행적으로 받아들이는 ‘지도 세대’라면,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MZ세대는 명확한 지시를 바라는 ‘내비게이션 세대’라고 분석한다.
루틴이들에게 자기통제 노력은 단순히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자기계발의 차원이 아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길 기대하며 노력하는 업글인간과 달리, 루틴이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인생이지만, 그 인생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기다짐적 삶의 태도다.
큰 성공이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효용감을 일상에서 찾기 시작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조어 ‘갓생’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갓생’은 신과 인생을 합친 말인데, ‘갓’이라는 최상급 수식어가 붙었다고 해서 ‘최고로 멋진 인생’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갓생은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명확한 현실 생활에 집중해 성실하게 사는 삶’을 의미한다. 일상 속 작은 성공을 계속해서 모아나가는 ‘성공수집러’이자 순간순간의 아주 작은 행복에 집중해 삶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자 노력하는 ‘미세행복 추구자’들의 삶이다.
한국 사회가 성장기에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성공의 정의가 돈, 지위, 명예에서 보통의 삶, 평범한 일상으로 바뀌고 있다. 녹록지 않는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새로운 롤모델로 부상하고, 인생의 성공 방정식 역시 부모, 친구, 학교, 사회가 제시하는 획일화된 모습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삶의 궤적으로 채워진다.
실재감테크의 핵심은 가상공간에서도 유저의 현실적 재미를 유지, 증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아날로그적인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 코로나 시대 언택트 트렌드 아래서 ‘실재감’은 현대사회의 인류에게는 결핍이자 욕망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파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존재감을 결핍을 해소하고, 정체성 회복의 욕구를 해결해주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이다.
갑작스러운 기술 도입이나 신사업의 열거는 기업의 역량에 부담을 주거나 직원들을 지치게 할 우려가 있다. 기술이나 복잡한 방법론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을 지키며 소비자가 존재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존의 판을 재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재감테크는 먼 미래를 그린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엄청난 기술로 이용자들이 혼을 쏙 빼놓는 신기한 신문물이 아니다. 실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상호 작용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의 감각을 초월하고, 시공간을 초월해 기업 고유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다중감각적 자극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이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용이한 시대를 맞고 있다. 우선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개인의 사업 영역에 물리적인 제한이 없다. 전통적인 소매점들은 영업할 수 있는 권역이 지리적으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인터넷에는 이러한 경계가 없다. 특히 SNS나 영상 기반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과거에는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쇼핑을 했다면, 요즘에는 우연히 발견한 콘텐츠에서 소비 욕구를 느끼고 아무 때나 구매를 한다. 과거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을 인지하면 검색을 하고 나서 구매하기 때문에 기업은 찾아온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쇼핑몰 웹사이트 고도화에만 주력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쇼핑이 일상화, 상시화된 시대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재미있고 공감할 만한 콘텐츠 속에 상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노출돼야 한다. 특히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찾기 전에 먼저 추천이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내러티브가 기업과 경제의 가치평가에 적극 반영되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과거의 성적은 물론이고 앞으로 성장했을 때의 미래 가치까지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제 비즈니스 내러티브 전략의 구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투자자, 직원,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성공적인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내러티브를 만드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제 기업의 가치는 유일무이한 비즈니스 모델인지, 창조적인 창업자 정신이 있는지, 현재가 아닌 미래의 비전을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비록 현재 뚜렷한 이익이 나고 있지 않더라도 원석 속에 숨은 무한함 잠재력을 CEO가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 모방으로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브랜드 내러티브의 확고한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구조적 플롯을 치밀하게 작성하고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 내러티브의 방향성이 확고하게 설정된다면 지속적으로 일관된 실행 전략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확고한 정체성이 형성된다면 추종자들이 생길 것이고, 팬덤 소비자들이 자생적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