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은 태양의 신 아폴론입니다.
아폴론은 클뤼메네라는 요정과의 짧은 사랑을 통해 아들을 낳습니다.
아들의 이름은 파에톤이었는데요.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 수 없었던 아폴론은
연인과 아들을 남겨두고 신의 세계로 떠납니다.
태양의 마차를 몰고 동서로 분주히 다니며
세상에 햇빛을 비추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된 파에톤은 자신의 아버지 아폴론을 찾아 나섭니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 태양 궁전에 도착하는 파에톤의 모습을 본 아폴론은
한눈에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아차립니다.
금발머리에 기품 있는 모습이 자신의 젊은 시절과 닮아 있었기 때문인데요.
아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아폴론은 파에톤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약속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약속이 비극의 시초가 될지는 몰랐지요.
파에톤의 소원은 아폴론의 태양 마차를 몰아보는 것이었습니다.
태양 마차를 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힘겨운 일인지 파에톤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젊은 청년의 눈에는 태양 마차를 몰며 하늘을 나는 아버지의 모습이 멋있게만 보였을 겁니다.
아폴론은 아들의 치기 어린 소원을 걱정스러운 말투로 경고합니다.
아들아, 네가 보기에 하늘은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겠지.
하지만 내가 천마를 타고 태양 마차를 모는 길 주위에는
항상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단다.
무시무시한 황소(황소자리)는 숨을 씩씩거리고 침을 흘리며
그 무서운 뿔로 언제든 나를 공격하려 하고,
전갈(전갈자리)은 꼬리에 있는 독침에 독액을 듬뿍 발라서
자신의 주위에 오는 모든 적을 찌르려고 한단다.
또한 게(게자리)는 커다란 앞발 집게로 나를 공격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단다.
그 집게에 걸리면 내가 신이라고 하더라도 살아남기 어렵단다.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김상준 지음, 보아스), 97쪽
아버지의 이런 애정 어린 충고에도 불구하고 젊은 혈기의 파에톤은 물러서지 않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폴론은 태양의 마차 고삐를 파에톤에게 넘겨주는데요.
결과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극'으로 끝나고 맙니다.
파에톤이 모는 마차가 낯설었던 천마들이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속도에 놀란 파에톤이 고삐를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집니다.
마차에서 흘러나온 불길이 추수를 앞둔 곡식과 가축들을 태워버린 겁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제우스는 태양의 마차를 몰던 파에톤에게 벼락을 내려 죽게 만드는데요.
아버지의 경솔한 약속과 아들의 앞뒤 살피지 않는 치기가 만들어낸 비극이었지요.
파에톤의 행동을 보며 소원(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멋져 보이는 일에만 마음이 빼앗겨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소홀했을 때 얻게 되는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 수 있는지를 보면서 말이지요.
파에톤이 정말 태양의 마차를 타고 싶었다면,
최소한 그는 마차를 끄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점검해야 했고,
마차에 자신이 올라탈 수 있는 체력이나 지구력은 갖추고 있는지,
또한 천마에 대한 정보도 살펴야 했습니다.
외식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이유로, 별것도 없이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을 보며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덥석 외식업에 뛰어드는 경우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들어가려는 곳의 상권과 입지는 어떤 곳인지 직접 발품을 팔아서 조사해야 합니다.
3~6개월은 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외식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런 일을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고객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메뉴와 어울리는지를
찾는 과정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요즘 이 브랜드 괜찮다더라', '이 지역에 이 메뉴가 없으니 내가 하면 대박 날 거다'
남의 말만 듣거나, 감으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을 가끔 만나곤 합니다.
파에톤의 비참한 최후를 보며, 외식업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