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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은 Oct 13. 2021

[인문학으로 읽는 외식업] 0.1%의 차이



대표

<논어>의 양화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하루는 공자가 공문십철(孔門十哲) 중 하나인 자유(子遊)를 만나기 위해 한 마을을 방문합니다.

(공문십철은 공자가 가르친 뛰어난 열 명의 제자를 의미합니다.)

20대 약관의 나이로 한 마을을 관리하는 읍재(邑宰)라는 벼슬에 오른 제자를 만나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마도 공자는 대견한 제자를 칭찬하고, 잘 하고 있는지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마을에 가까이 들어서자 사람들이 곳곳에 모여 거문고를 치며 태평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자유는 스승인 공자의 '예악(禮樂)으로 백성을 교화하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었던 겁니다.

스승이 마을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나온 자유에게 공자는 예상과 다르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닭을 잡는데 어찌 소잡는 칼을 쓰느냐?"(割鷄焉用牛刀)


공자는 자신의 예악사상이 작은 마을이 아닌 큰 나라를 다스릴 때나 쓰는

수준 높은 통치 이념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약사상은' 예의로 인격을 완성하고 음악으로 질서 있는 인간사회를 구현하는 통치이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이런 고차원적인 사상을 작은 고을의 거리 음악 정도로 사용하니 살짝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스승의 가르침을 순수한 마음으로 실천하려 했던 자유는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칭찬을 들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질책 같은 소리를 들으니 왜 안 그랬겠습니까.

자유는 스승인 공자에게 이렇게 반문합니다.


"백성들에게 예악으로 올바른 도리를 배우게 하라고 이르지 않으셨습니까?"

정색하며 따지듯 말하는 자유에게 공자는 제자들 앞에서 자유에게 사과하며 대답합니다.


"자유의 말이 옳다. 농담이었다"(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

논어에 등장하는 유일한 공자의 농담이라고 합니다.


공자와 자유의 사례로 칼럼을 쓴 이훈범은 공자가 자신의 경솔을 반성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큰 나라를 다스리려면 작은 촌동네부터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말이지요.

(중앙일보 2014년 6월 13일자 참조)

공자와 제자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공자와 자유의 이야기를 읽으며 작은 일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했습니다.

일이든 돈이든 '이 정도 쯤이야'라며 슬쩍 넘기며 무시했던 '작은 일' 말이지요.


침팬지와 인간은 보이는 것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외모, 생활방식, 먹는 음식에서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침팬지와 인간은 DNA 구조에 있어 98.7%가 동일하다고 합니다.

차이가 고작 1.3%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남자와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김새나 생각의 차이가 심해서 '남자를 화성에서, 여자를 금성에서 왔다'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놀랍게도 남자와 여자의 염색체 차이는 0.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이 정도 쯤이야'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줍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외식업을 생각했습니다.

매장을 운영하다보면 식당의 일이라는 게 아주 작은 일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배달된 식자재 확인하고, 청소하고, 프렙이라고 말하는 메뉴 준비를 합니다.

직원들과 조회를 마치고 오픈해서 고객이 들어오면 인사하고, 주문 받고, 메뉴를 낸 후,

식사가 끝나면 계산하고 퇴식합니다.

영업이 마치면 하루 매출을 정리하고 매장과 창고를 돌아본 후 퇴근합니다.

큰 일이라고는 없어 보입니다.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 숙달이 되면 점점 더 작은 일이 되어 갑니다.


공자와 자유의 이야기와 DNA에 대한 교훈을 읽으면서

매일 루틴하게 이루어지는 작은 일의 중요성을 돌아보게 됩니다.

잘되는 식당과 그렇지 않은 식당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식자재의 신선도를 꼼꼼하게 살피고 맘에 들지 않으면 돌려 보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 곳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청소하지 않아도 될거야'라는 부분은 더 쓸고, 닦아야 합니다.

'요즘은 직원 뽑기 힘드니까 용모 상태가 조금 부족하고, 표정이 밝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고객도 조금씩 매장을 떠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외식업에 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듣고 마음에 깊이 새겨진 한마디가 있습니다.


"식탁에 올라가는 것은 단 1%도 양보하지 마라"


성공과 실패는 '이 정도 쯤이야'라는 생각에서 나눠지기 시작합니다.

QSC, 즉 맛, 서비스, 청결에 대한 자신만의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아주 작은 차이도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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