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41
태양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태양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동재성
제목: 영웅의 심장
“오늘의 날씨는 맑음.”
재성의 일기예보를 들으며 속속히 교실에 도착하는 학우들이었다.
“재성아 어제 봤어?”
“봤지.”
재성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친구의 이름은 준하였다. 준하는 재성과 잘 통하는 측면이 많은 친구였다. 그중 하나가 두 사람이 같이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바로, 멜로특공대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사랑을 지켜가는 히어로들의 이야기였다.
멜로특공대 뿐만 아니라 재성은 히어로들을 무진장 좋아했다. 박쥐인간, 거미인간, 얼굴남자, 강철사람, 미국대장, Z맨, 최강여자, 파워맨 등 많은 히어로들을 빠지지 않고 좋아했다.
“자 이거 봐라.”
준하가 재성에게 자랑하고 있는 건 새로 나온 어둠의 일기라는 작품 속 상품이었다. 재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어떻게 구했어?”
“멋있지?”
준하가 이렇게 재성에게 자랑은 하지만, 재성이 훨씬 가진 건 많았다. 재성의 집은 거의 박물관을 차려도 될 정도로 히어로에 대한 물건들이 많았다.
특히 피규어도 많았고, 한정판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서, 외국 배우가 한국 로케이션 촬영이나 영화 홍보 차 방문하면 재성을 찾을 정도였다.
그렇게 또 누군가가 재성을 찾았다. 처음에는 재성도 이를 모르고 도착한 메일도 읽지 않고 방치했다.
그래서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으니 ‘네가 동재성이니?’라는 질문이 왔다. 유창한 한국어 덕분에 당연히 한국 사람 인 줄 알았다. 모르는 번호에 갑자기 동재성이라고 질문하길래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는 재성이었다.
“어. 아닌데요. 누구신데요?”
-동재승 아니야? 그러면, 동재승 전화기는 왜 네가 갖고 있니?
그렇게 자신의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상대방에게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재성이었다. 그런 재성을 설득하는 상대방의 방법은 꽤 쉬웠다.
지금까지 읽지 않은 메일을 읽어 보라고 권유한 것이었다. 그제야 읽지 않았던 메일을 읽어보는 재성이었다. 재성의 집을 방문하고 싶다는, 만나고 싶다는 해국의 해리어스라는 인물이었다.
“해리어스요?”
메일을 답장하니까 며칠 후 정말로 찾아왔다. 처음부터 집으로 덥석 찾아오는 건 별루라서 우선 해리어스가 머무는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안녕, 네가 재성이니?”
재성을 바로 알아보는 해리어스였다. 재성도 어쩐지 저 사람이 해리어스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사람이 많았다.
보통 자신을 만나는 건 어떤 이벤트 때문이었다. 그래서 쇼케이스라던지, 아니면 시사회에 초대해서 히어로의 대가 동재승이라고 소개되며 잠깐의 인터뷰를 가졌다. 연기하는 배우의 배역인 히어로의 피규어라던지 그런 소개를 대신 하는 게 재성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사뭇 달랐다. 그냥 히어로를 좋아하는 재성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은 히어로 아카데미를 운영중인 해이어스라고 말하면서였다.
“네. 제가 동재승이라고 합니다. 해리어스, 히어로든. 이시죠?”
“그래. 내가 히어로든이야.”
“히어로든.. 히어로 세요?”
재성의 질문에 해리어스는 웃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길게 말할 필요가 없구나. 그래. 난 히어로다.”
재성은 지금 눈 앞에 있는 해리어스가 미친 사람처럼 느껴졌다.
‘히어로’라, 그래 해리어스가 누군가의 히어로일 수가 있었다. 딸이나 아들이 있다면 적어도 아빠인 해리어스는 자식들에게만큼은 히어로일 수가 있었다.
“재성, 너는 히어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히어로요?”
재성은 지금까지 자신이 모았던 히어로 피규어만 해도 이미 수백가지가 넘는 게 떠올랐다. 정말로 박물관을 하나 차려도 될 만큼 많은 수의 피규어를 가지고 있었다.
“저는 어마어마하죠.”
“어마어마하단 걸 알고 있다는 건가?”
“어떤 히어로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데요?”
대화의 흐름이 뭔가 이상함을 느낀 재성이었지만, 그래도 궁금하다니까. 재성 스스로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게 히어로에 대한 설명이었다. 학교 시험 문제는 정답을 알기 어려웠지만 히어로에 대한 부분이 만약에 시험문제로 나온다면 100점 만점에 혹시나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지적할 수도 있는 재성이었다.
“어느 히어로를 알고 싶나라고. 하하. 재밌는 질문이네. 나는 너에 대해서 알고 싶어. 히어로를 좋아하는 재성군.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가?”
“히어로요?”
그동안 작품 속의 히어로에 대해서 전문가 이상 수준으로 파고 들었던 재성이었다. 그런 재성에게 직접 히어로가 되고 싶냐고 물어오니 당황하는 재성이었다.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본인이 직접 히어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아니 있었나? 아니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당황스러운 재성이었다.
“히어로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현실 세상에서 히어로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나쁜 악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재성의 말에 해이어스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표정을 보자 재성은 마치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 자신이 뭔가 잘못이라도 한 느낌이었다.
“저를 캐스팅하려고요?”
문득 주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 친구들 사이에 잘생긴 외모로 선정되기도 했던 적이 있었다. 몇 번인가 고백을 받아서 연애를 해본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자신은 아직까지 이성보단 프레임 속의 히어로가 더 좋았다.
남들은 이성에 눈을 떠 거의 미쳐 있을 시기에 재성은 이성이 아닌, 히어로에 미쳐 있었던 것이었다.
“히어로가, 연기라고 생각하나? 자네는 그럼 이 자들이 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거네?”
너무나 당연한 말을, 마치 아닌 것처럼 말하니까 자신이 실수를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 재성이었다.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고. 히어로. 히어로 자체는 태양 같은 존재죠. 세상을 밝게 비추는, 따뜻하게 빛내 주는.”
“그렇군.”
뭔가 잘못되고 있는 대화였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있는 지 짐작이 안되는 재성이었다.
‘어떡하지? 이제 뭐라고 해야하지?’
다음 말을 생각했다. 이런 상황은 난생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히어로에 대한 질문이 나와도 히어로 척척박사였던 태양은 막힘없이 이야기를 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모르는 뒷배경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도 늘 풀어놓는 재성이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갑자기 자신이 히어로라고 하지 않나, 히어로가 어떤 존재인지를 묻지 않나. 자신 보고 히어로가 되어 볼 생각이 없냐고 묻지를 않나.
‘아니, 아직 안 물었나..?’
재성은 해리어스가 자신에게 히어로가 되어 볼 생각이 있는 지 물 었는 지 헷갈렸다. 자신도 모르게 이미 그렇게 생각해버린 건가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없었다.
“영웅이 되고 싶지 않나?”
정확히 히.어.로. 라는 어딩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한국말로 히어로가 영웅이었다. 해리어스는 굳이 히어로라는 편한 말을 내버려두고, 재성이 더욱 더 이해할 수 있는 말인 영웅이란 단어를 꺼냈다.
“영웅이요…”
말문이 막혔다. 말문이 막힌 이유는 어이가 없어 서가 아니었다. 아니 어이가 없어서가 맞았을 지도 모른다.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거면 이미 되었으니까. 그게 재성의 답이었다.
“히어로..”
마치 여기서 예스라고 대답하면 히어로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물어온 해리어스였다. 그러나 현실은 비웃음이겠지. 히어로가 어떻게 되나. 바로 직전까지, 지금도. 그리고 이 대화가 끝날 이후도 재성은 그저 보통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뿐인 범부였다.
어느새 약간 벌려진 다리 위 무릎에 올려진 양 팔의 팔꿈치 사이로 두 손을 깍지를 끼고 있는 해이러스였다. 깍지 낀 손 바로 뒤에 조금 떨어진 얼굴이었다. 그는 앞으로 자세를 취한 채 자신의 앞에 있는 재성을 바라보았다.
“우리 히어로 아카데미는, 새로운 히어로를 찾고 있다네.”
재성은 해리어스의 대답에 오래전부터 뛰고 있는 심장의 발동을 멈추고 싶었다. 몰래카메라인가? 여기서 들떠서 난리가 나면 내일 학교를 가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겠지? 그런데 그게 놀림이어도, 여기서 굳이 아니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재성이 히어로를 좋아하는 건 이미 거의, 찐 히어로 팬들이라면 거의 전부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네. 되고 싶어요. 히어로가.”
될 수 없어서 못 된 거지. 될 수 있다면 바로 되어야지. 왜 고민하는 가? 그런 생각들이 결국은 넘쳐서 밖으로 뿜어낸 재성이었다.
‘젠장’하는 표정을 짓는 재성이었다. ‘망했다.’ 라고 생각했다.
눈을 찍 감는 재성이었다. 몰래카메라에 당하고 말았다는 생각이었다. 너무 철이 없는 세상이었다. 이 세상에 히어로가 어딨을까. 정말로 악당이라도 존재해야 히어로라도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악당은 없어도 무법자, 범죄자들은 존재하겠지. 그런데 그건 히어로가 아닌, 직업적으로 정의와 질서를 수호하는 경찰들과 그리고 검찰들, 뭐 이런 사람들이 잡는 것이었다. 히어로가 아니라.
눈을 쫙. 감고 있는 재성에게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힘을 주면서 눈을 감았던 재성은 천천히 힘을 풀어 눈을 뜨는데 힘을 쓰기 시작했다.
“어..어…”
조금 전의 상황과 비교해서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앞에는 해리어스가 앉아 있을 뿐이었다. 조금 전과 다르게 자신에게 거의 밀착해서 뽀뽀라도 날릴 기세로 상체를 숙이던 모습은 사라졌다. 이제는 의자의 받침에 등을 기대고, 허리는 좌석의 앞자리로 이동된 채로 이제 양 손가락 대신 다리와 팔을 꼬고 있었다.
“좋아. 의사는 타진했고. 이제 실험해보지. 자네의 능력을.”
“능력이라고요?”
갑자기 일어서서 나가는 해리어스였다. 그때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해리어스를 제외한 모두가 자리에서 멈춰 있었다.
‘이게 무슨!’
마치 꿈이라도 꾸는 건가 싶어서 볼을 꼬집어 보는데, 아프다. 요즘 꿈은 볼이 아픈 것도 구현을 했던 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단체로 재성을 속이기 위해서 엄청난 연기를 선 보이고 있는 걸까? 그런 걸까 싶은데 새가 날개 짓을 하며 공중에 선 채로 있는 바깥의 모습이 햇살과 같이 비추었다.
사람이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쳐도, 새는, 그리고 멈춰진 자연 현상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보자고. 친구.”
해리어스가 카페의 문을 열었다. 침을 꿀꺽 삼킨 재성은 어차피 이 상황은 설명이 안된다. 이해하지 말고 인정하자는 마음으로 해리어스가 연 문으로 들어왔다.
“여긴.”
“이런 곳이었군.”
해리어스와 재성이 도착한 곳은 재성의 상상대로 그냥 밖이 아니었다. 카페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재성에게 너무나 낯익은 곳. 재성의 집이었다. 일명 히어로 박물관이었다.
“자네의 능력을 보여주제”
해리어스는 히어로 아카데미에 제보된. <영웅 수집가: 동재승 보고서>를 재성에게 내밀었다. 그곳에 적힌 내용은 정작 재성은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제가. 장난감들을 움직인다고요?”
재성은 손으로 가끔 자동화 기능을 넣어 RC카처럼 히어로 장난감을 움직이긴 했지만, 그게 그냥 누구나 가능한 수준이었다.
“잠깐만 손 좀.”
해리어스와 손을 마주잡자. 재성이 모은 장난감, 특히 자신이 직접 정성을 쏟아 조립한 장난감들의 눈에 빛이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모습이기도 했다. 초록빛, 노란빛, 붉은 빛, 푸른 빛.
영웅 수집가의 메카닉… 그리고 여러 조립된 장난감들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