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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jenny Jun 03. 2024

기억을 복기覆記하는  의미

어젯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푸른 하늘의 '눈물 나는 날에는'과 송재호의'늦지 않았음을'로 안내했다.

가족끼리 같이 쓰는 유료계정에서

아들이 요즘에 푹 빠진 90년대 가요써칭이 나에게 온 것일까??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곡들이 귓가를  계속 맴돈다.

그래...뭐...90년대 나의 시간들은 열심히 살았고,

행복했었어...

갑자기  학교를 가보고싶었다.

출근길..잠시 유턴해서 고고~~~자영업자의 장점이랄까?ㅎㅎㅎ

오랜만에 커피 한잔과 함께 거닐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간절히 원했던  기본바람은 비슷하지만  무게감이 다르달까??


시원하게 부는 바람도

적당하게 따스하게 느껴지는 햇살이

그때도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인문대벤치에 앉아 흔들거리는 등나무 잎의 살랑거림이  편안하다..

많이 변해버린 캠퍼스,

여백보다는  가득 찬,

아름답기보다는 세련된 건물들 사이에서

천천히

또는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더욱 가득 차 보인다.


봉지鳳池도 사라져 버렸다..ㅜ

느슨한 게으름을  여유로움으로

조금 아는 지식을  으쓱대며

괜한 허세에  으쓱했던  나.


채 다 읽지도  못한 앞부분만 까맣고 구겨진  철학책과. 두꺼운 고전소설을. 팔꿈치에 끼고

담배 한 모금에 얼굴 찡그리며 앉아 말 걸던 고독한?  그 남자사람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무릎에  전공책을 다소곳이 얹고

조곤조곤  수다 떨던  동기들은 잘 살고 있겠지..

이제 반백살이 넘어 어떤 경험으로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인문대건물의 텅 빈 복도와 아직도 남아있는 그때의 흔적이 기억을 회귀시킨다.

그때보다 오히려 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있는

아이러니..

수많은 시간과 경험의 허들을 뛰어온 이야기들 사이에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책은 나에게 영감을 주었고

나를 더 이해하고 집중해서 보게 했다.

문득 그때부터 시작된 나라는 사람에 대한

탐구는 나이의 매듭을 계속 지어가며

보다 더 겸손과 솔직하게 바라보게 되어왔던 것 같다.


시간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

그 안에 나를 복기(覆記)해본다.

그리고

나를 다독인다.

도연아..

수고 많았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겸손하게

기억과 흔적을 쌓아가자..

그리고 지금 바로 이곳도

달라질 수는 있지만

사라지지만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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