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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 Dec 16. 2022

엄마, 공부는 왜 해야해요?

나는 왜 아이에게 공부를 시킬까

공부는 왜 해야하는가?

글쎄, 나도 모르겠다.

나도 공부한지 너무 오래 되어서.

공부를 아주 잘 하지는 못했지만

배움을 즐기는 성격이라

그런 의문을 가져본적도 없다.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자고 마음 먹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대출하는 것이었다.

양질의 정보를 제일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독서가 아니던가.

책을 읽고 나서 어느 정도 방법에 대한

가닥은 잡혔다.

'방법'에 대한 가닥만.

대출한 책을 다 읽어도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왜 이렇게까지 공부해야하지?

엄마표 학습이니 학원표학습이니

전부 공부를 한다는 전제를 까는 학습방법인데,

정작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학습에 대한 초점을

입시공부에 맞춘다.

입시성적이 좋아서 대학 잘 가면 만사 오케이인가?

그러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지인 중에 학창시절 무척 공부를 잘해서

SKY 법학과에 들어간 사람이 있다.

지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여러 번 낙방했다.

행정고시로 전향했고 또 낙방했다.

7급 공무원시험으로 전향했고 또 낙방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9급 공무원시험으로

전향했고 역시나 또 낙방했다.

10대, 20대 찬란한 시절을 평생 공부만 하던

30대 청년은 극심한 좌절감에

빠져 삶의 의미를 잃었고 자취방에 연탄을

피웠다고 한다.

다행히도 쓰러져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발견해서

지금은 새출발을 하여 잘 살고 있다.



내 동생은 공부에 큰 재능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보다 미각이 예민하여

어릴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좋아했다.

부모님이 집에 안계시는 날에는

누나인 내가 초간단 계란요리나 감자요리를 했다.

처음에는 그럴 듯한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뿌듯함에 재밌었으나 나는 요리에 금방 흥미를

잃었고, 동생은 계속 요리를 즐겼다.

동생이 중3때 뜬금없이 엄마에게

제과제빵을 배우겠다고 했다.

자기는 어차피 공부에 소질이 없어서

턱걸이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3년 내내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나 뭐라나.

아빠는 사내자식이 무슨 밀가루냐,

차라리 공고에 가서 자동차 정비나 배우라고

펄쩍펄쩍 뛰셨다.

엄마는 쿨하게 니가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시며

지원해주셨다.

그때부터 30대인 지금까지 동생은

매일 빵을 굽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 같이 새벽 5시도 안된

시간에 집을 나선다.

처음엔 박봉이었으나 지금은 연차가 오래 되어서

월급도 꽤 받고 주방에서도 꽤 높은 지위인 것 같다.

언젠가는 자기 가게를 열고 싶다며

레시피 노트를 빼곡히 채운다.

코딱지만한 조각케익도 맛을 분석하면서 먹어본다.

빵에 대한 10대 소년의 열정은

지금은 많이 퇴색된 것 같으나

여전히 자기 직업을 사랑하고 정진하고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어느 유명한 영화의 제목이라는데

길지 않은 내 삶을 잠깐만 돌아 보더라도 이마를 탁 치게 되는 말이다.

나는 내 아이가 수능성적 만점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주도적으로 살면 좋겠다.

행복의 필요조건은 좋은 성적이 아니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그때 기분은 좋겠지.

그러나 못한다고 해서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공부 못했던 내 동생처럼 내 아이가 열정적이고 집중할 줄 아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

흥미 대상을 해부하듯이 뜯어보고 그에 관해 공부하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

그런 사람은 점수 1점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보다 더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내지 않을까.



엄마, 공부는 왜 해야해요?

이 질문을 받으면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 문제를 생각해보고 인내하며 끝까지 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학생 때가 아니면 하기 싫고 힘든 것을 억지로 해야하는 경험을 해보는게 쉽지 않아.

하지만 그 경험으로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거야.

이건 너 스스로 겪어내야하는거야.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니깐 니가 스스로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야해.

엄마는 그저 여러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옆에서 응원만 해줄 수 있단다.

엄마는 그저 너라는 새싹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줄 수 있어.

어쩌다 내리는 비와 바람을 이겨내는 것은 너의 힘으로 해야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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