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울면서 잠들었다.
베개는 눈물로 축축했다.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랐다.
이대로 시간을 멈추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한 사람이 살면서 흘려야 할
눈물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이미 다 울어서 남은 인생은
울 일이 없겠지 싶었다.
‘나의 20대는 왜 이렇게 힘들까?
남은 인생도 계속 불행하면 어쩌지?’라고
걱정했다.
박재희 교수님의 책<3분 고전>에서
다음 구절을 읽고 마음가짐을 고쳤다.
“인생을 마지막으로 결산해 보면
결국 ‘얻은 것과 잃은 것의 합은 같다’고 합니다.
결국 모든 사람의 인생의 합은
제로라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의해
그 좋고 싫음이 결정되는 것이지,
본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의 합은 0’이라는 말 덕분에
현재 안 좋아도 꼭 나쁜 건 아니라고 믿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이라는 말이 있다.
색은 곧 공이고, 공은 곧 색이다.
눈에 보이는 전부는 실체가 없는 공(空)이다.
비어 있는 공(空)도 다시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즉 색(色)이 된다.
색(色)은 형태가 있는 물질적인 세계를 말한다.
공(空)은 그 안에 실체가 없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느끼는 온갖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변화무쌍한 흐름 속의 한 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슬픔과 고통이 쭉 이어질 거라고
착각한다.
슬픔과 고통 또한 하나의 색(色)이며,
공(空)이다.
감정도 실체가 없고
일시적이기에 흘러가 버린다.
아침이 지나면 저녁이 찾아온다.
잎이 무성하면 떨어질 때가 온다.
순풍이 부는 날이 있으면
역풍이 부는 날도 있다.
꽃은 피었다 지고 다시 핀다.
영원한 봄도 끝없는 겨울도 없다.
누구나 살면서 매서운 바람을 맞기도 하고
달콤한 향기에 취하기도 한다.
사계절이 반복되듯,
인생의 춘하추동도 반복된다.
자연 세계와 마찬가지로
인간 세계도 고정적이지 않다.
인간사 역시 돌고 돈다.
건강할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다.
돈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기분이 구덩이로 떨어지는 날도 있고
하늘까지 날아오르는 날도 있다.
인생의 계산법은 놀라울 만큼
정확하고 공평하다.
이때 운명이 나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인생에 완벽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다.
모든 존재는 끝내 ‘0’을 향해 나아간다.
한때 기쁜 날에 머물기도 하고
한동안 슬픈 날을 지나기도 하겠지만,
이 모든 경험은 ‘0’을 향한 여정일 뿐이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매일 실천하는 이유는
내 삶을 ‘0’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우리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줄 알았다.
엄마는 영영 안 늙을 거라고 여겼다.
엄마의 결혼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엄마의 얼굴은
찬란한 젊음 그 자체였다.
지금 내 나이보다도 어렸다.
이제 엄마는 할머니 나이가 되었다.
내 어린 시절 사진도 보았다.
초등학교 운동장 모래 위에서
뒹굴며 놀던 아이는
어느새 엄마가 되어도
충분한 나이에 이르렀다.
우리는 모두 0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