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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an 08. 2025

빛을 계속 응시하면, 눈이 먼다

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28 : 2021년 3월 13일

밝음은 어둠에서 생겨나고, 
느껴 통하는 것은 조용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감춤은 드러남의 뿌리요, 
고요함은 움직임의 주재자다. 
장유 [몰래 닦아 간직하게]




어둠의 허공을

한줄기 빛이 가로지르더니 펑하고 형형색색으로 터졌던

한강 불꽃 축제의 현장에 있었던 십여 년 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몇 배는 더 많은 인파가 모인다는 그 거대한 빛과 불의 축제에

절대 갈 엄두를 내지 않지만, 파도와 같은 군중들 틈에 떠내려가는 모래알처럼

움직이다가 한껏 멋을 내본다고 직접 구두에 붙였던 코사지 한쪽이 떨어질 정도로

우리는 어둠을 밝히는 그 요란한 빛에 환호한다. 


2025년의 새해는 어느 해 보다 비통함과 불안함이 교차한 채 맞이하게 되었다.

미디어는 참사의 슬픔과 분노를 마구잡이로 더 퍼 나르고, 

개인은 실시간으로 각자의 시간을 공유한다. 


이 요란한 어둠에 중독적으로 뜬 눈을 지새우게 된다.  

스마트폰의 빛은 눈을 시리게 하고, 짤막한 영상들은 나의 감정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저 많은 목소리에 내 한숨을 보태야 하는 것일까. 

갈등은 밖에 아닌 이 안에서 부글부글 끓다가 그대로 삭아간다. 

이조차도 밝음만 쫓다 생긴 부작용일까.

아니면 어느 때보다 깊은 암흑에 빠져 적응하지 못한 것일까. 

먼 눈도, 어둠도 다시 적응하면 된다. 

무엇을 응시할지는 형체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할 때 

그때 하면 된다. 그때까지 그 숨을 다시 한번 삼키고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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