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하나와 함께 살고 있다. 채 한 뼘도 되지 않던 식물은 내 상체만큼 자랐다.
장난 삼아 줄기마다 걸출한 외국 귀족이름 같은 것들을 지어주기도 했다.
관심이 무색하게도 새로운 줄기가 돋아날 때면 여지없이 가장 밑에 있는 줄기가 말라갔다.
누렇게 변해가는 줄기를 살려보고자 몇 시간마다 햇볕에 맞춰 화병을 돌려보기도 했지만 살아나는 일은 없다.
심지어 가장 높은 곳에서 빳빳이 고개를 치켜세우던 줄기도 신생 줄기들에 눌려 여타 떠나간 줄기처럼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누렇게 되다 이내 말라 비틀어 떨어졌다.
말라비틀어진 줄기엔 생명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함께한 정 때문인지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처럼 구겨 넣지는 못하겠다. 다음날 아침 집 근처 하천 풀숲에 내려다 두고 온다. 거름이라도 되겠지.
오늘 다섯 번째로 줄기가 떨어졌다.
식물은 세 줄기와 세 잎을 언제나 유지했는데 함께한 이래 처음으로 줄기 두 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