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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 Nov 18. 2023

동침

함께 잔다는 건. 

 함께 잔다는 라는 건 참 불편한 일이다. 

버릇처럼 듣던 두 시간짜리 문명의 융성과 몰락 과정 영상을 틀어놓은 채 잠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리춤에 끼우고 자는 넓적한 애착 베개를 침대에 들일 수도 없다.

둘이 자기엔 좁은 침대에서 자세를 돌려 잡기 위해선 머리를 지렛대 삼고 불편한 제자리 회전을 하지 않고는 몸을 반대로 뉘일 수도 없는 것이다. 

홀로 덮기에 딱 맞는 이불이 혹시 당신에게 부족할까 자꾸만 품속에 이불을 양보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들숨과 날숨의 불협화음이다. 오늘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일은 어떤 일이 우릴 괴롭힐지 다 잊어버린 채 맞닿은 숨통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상대방 호흡의 속도를 느끼는 것이다. 

 유별나게 악몽을 꾸는 당신에게 꿈 밖은 아무 일도 없다라며 느슨히 당신을 감싸안던 내 팔을 다시금 슬며시 조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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