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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y 01. 2024

영화에도 클래식이 있다면.

올림픽 경기처럼 순위를 매기는 건 각자의 개성이 빛나는 예술의 세계에서는 악취미일 수 있다. 그렇지만 박스오피스 스코어가 실시간으로 매겨져 제작자와 감독을 울고 웃게 만드는 건 피할 수 없는 영화판의 현실이다. 영화의 성공 방정식이 공식처럼 보장된 건 없다. 대중의 취향도 흥행의 바람도 언제나 예측대로 움직이지는 않기에.


누구나 자신의 '인생 영화'를 말할 수 있다. 흥행과 수상성적에 연연하지 않으려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높은 순위에 놓고 싶다. 20세기 명배우를 말할 때 손가락에 꼽히는 알 파치노와 말론 브랜도,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는 영화, <대부> 3부작의 각각 3시간을 넘나드는 러닝타임은 휴일에나 작정하고 보지 않으면 감상의 호흡을 유지하며 보기 쉽지 않은 대작이다.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 이 콜레오네 가문의 '대부' 부자는 숱한 원한관계의 정점에 있었고 그 서늘한 눈빛으로 수많은 사람의 생과 사를 바꿔놓았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원칙을 지켰기에 검은 마피아 세계의 정점에서 가족과 조직을 지킬 수 있었다.


코폴라 감독도 1972년작 1편의 대성공으로 속편에 대한 부담은 컸을 것이다. 1974년에 제작된 영화 대부 2편은 전편에서 비토 꼴레오네 역을 맡았던 말론 브랜도가 출연을 거부하여 젊은 시절 비토 역에 로버트 드니로가 캐스팅되며 순탄치 않게 출발했었다. 주인공 마이클 꼴레오네 역은 알 파치노, 톰 하겐 역은 로버트 듀발이 맡았다.


케이 아담스 역은 전편과 같이 다이앤 키턴이 맡았고 극 중 주조연급인 클레멘자 역은 개런티 협상의 난항으로 페트로 클레멘자는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하고 그의 후계자 프랭코 펜탈젤리(마이클 V. 가조)라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기도 해 캐스팅 또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속편은 전편을 능가할 수 없다는 징크스를 깨고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음악상, 미술상 등 무려 6개 부문 수상과 함께 대단한 흥행성적을 남긴 전설의 영화가 되었다. 알 파치노의 주름이 깊어진 1990년작 3부 또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천륜을 어기는 육친에 대한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던 암흑가의 보스를 연기한 알 파치노의 고독하고 서늘한 눈빛은 1편에서 제작자의 반대를 무릎 쓰고 캐스팅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알 파치노는 뉴욕 빈민가에서 홀어머니와 단칸방에서 살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연기자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알 파치노의 부모는 시칠리아 출신이고 조부모는 놀랍게도 시칠리아 콜레오네 마을 출신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시칠리안 마피아를 연기하기에 더 이상의 배우은 없었을 것이다.


손자와 술래잡기를 하다 갑자기 심장 이상으로 쓰러져 죽는 할아버지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랜도),  반대파의 흉탄에 쓰러진 딸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는 보통 아빠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 패밀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대부들도 피비린내 나는 암투에서는 살아남았지만 그저 연약한 노인으로 죽었다.


대부 시리즈가 그저 하고 많은 갱 영화가 아닌 긴 여운을 남기는 매력을 발산하는 고전적 위치로 올라선 것은 원작자 마리오 푸조의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명연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 시리즈에는 미국 사회에 드리워진 이민자들의 그늘,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암흑가 보스들의 의리와 협잡, 비루하지만 살아남아 패밀리를 부양해야만 했던 수많은 가장들과 사내들의 애환이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총탄과 피비린내 나는 장면이 신경 쓰이는 청소년기가 아니라면 부모와 2세들이 손잡고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클래식으로 남을 영화는 대사의 품격도 곳곳에서 빛난다. 콜레오네의 말이 새삼스럽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친구를 가까이 하라. 적은 더 가까이 하라.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


André Rieu - The Godfather Main Title Theme  (Live in Italy)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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