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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Sep 15. 2024

예술가의 자존심

파블로 카잘스도 한 때 공연을 돌연 취소해 법원의 소환장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예술가로서의 책무 위반으로 3천 프랑의 벌금이 부과된 것이다. 카잘스가 공연을 취소한 사유는 지휘자가 공연 전 리허설에서 첼로 협주곡을 무시하고 카잘스를 모멸하는 언사를 했다는 것이다. 1950년에 있었던 프라드 페스티벌 음악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로부터 5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카잘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이라도 그때와 같은 상황을 만나면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내가 하는 바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 음악은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수돗물처럼 틀었다 잠갔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 <파블로 카잘스의 마스터 클래스> 줄리안 로이드 웨버 지음, 이석호 옮김,  p.24


얼마 전 한국의 세종문화회관에서 <토스카> 공연 중에 안젤라 게오르규가 남성 테너의 앙코르에 항의 표시를 하다 관객들의 빈축을 샀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세계적인 디바로서 자신이 돋보여야 할 무대에서 한국의 남성 테너가 앙코르를 받는 것에 대한 질투, 차우세스쿠 치하의 루마니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자신의 주장을 억압받지 않고 분출하려는 심리...... 다양한 각도에서 평단의 분석이 뒤따랐다. 대체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닌데 한국 관중에 대한 몰상식한 매너로 빈축을 샀기에 환불소동이나 항의가 마땅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첼로의 성자로 불리는 카잘스는 엄격한 곡 해석과 첼로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연주가로 알려졌다. 안젤라 게오르규 또한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한 자존심이 대단하고 가끔 이런 유의 사고를 치지만 팬들도 많다. 


지하의 카잘스가 이런 상황에 자신의 경우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게오르규가 수십 년이 지나도 2024년 한국에서의 해프닝을 당당하게 후회하지 않는다고 카잘스처럼 말할지 아니면 자신이 너무 감정이 앞선 행동이었다고 할지는 알 수가 없다. 


자신의 예술에 대한 진정한 자존심인지 아니면 자신을 무조건 떠받들어달라는 자만심인지는 양식 있는 관객의 안목이 평할 문제다.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앙코르 요청이 오페라에서의 극의 맥락에 딱 맞아떨어지고 극에 몰입한 관객이 열광하면 지휘자는 아주 드물게 앙코르 사인을 보낸다. 오페라에서 어떤 경우에 지휘자가 이런 사인을 할지는 예술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화두가 될 것이다. 


관객이 없는 예술은 때로는 공허하고 관객만 바라보는 예술 또한 천박할 수가 있다. 




[한글,이탈이아자막]Tosca-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루치아노 파바로티)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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