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가치를 폄하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자신의 삶을 방치하는가 하면 많은 청년들이 자신 앞에 놓인 벅찬 장애물들 앞에서 섣불리 생의 허무를 얘기한다. 그렇지만 쇼펜하우어는 삶의 본질은 고통 속에서도 더 나은 인간으로 살려는 의지로 보았다. 그것은 '노력'이라는 너무나 진부해진 단어에 응축되어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잠재력을 다 발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빅테크 기업의 타이탄이나 정계의 거물들도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들도 있지만, 겸손한 이들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언제나 귀를 기울인다.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칭송받기도 하는 미국의 건축가 버크민스터 폴로는 말한다.
당신이라는 존재의 99%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고 냄새도 맡을 수 없고 잡을 수도 없다. 그러므로 당신은 결코 유형의 존재가 아니라 무형의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는 형태가 보이는 1%에 집착한다. 자신은 물론 타인들의 보이지 않은 99%에 거의 눈을 감아버린다. 넓디넓은 99%를 보는 눈을 잃는다면 우리는 도시의 소음과 매연, 대개 100kg이 못 되는 수분 70%의 물질에 갇혀서 우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과학의 힘은 우리가 실로 광대한 시공간 속에서 우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선물했다. 우리는 너무 왜소한 우주의 먼지일지라도 그 우주를 이해하는 힘이 있고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햇빛은 약 8분 전에 태양의 표면에서 출발해 우리 망막에 부딪힌 것이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시리우스는 8년 6개월 정도 전에 출발해서 우리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우리 은하계의 중심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닿으려면 2만 5천 년이 넘게 걸리고 망원경으로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매다은하를 관찰한다는 것은 250만 년 전에 반짝였던 빛을 본다는 뜻이다.
- <시간의 지배자> 토머스 서든도프 외 지음, 조은영 옮김 p.41
밤공기가 서늘하고 별이 빛나는 가을밤이다. 별이 우리에게 나타나려고 달려온 길은 보이지 않는다. 글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암흑의 시간을 헤쳐온 99.9%의 보이지 않는 시간을 우리는 잊어버릴 때가 많다.
Luciano Pavarotti Che gelida manina (루치아노 파바로티. 그대의 찬손)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