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하루에 쏟아내는 정보량이나 뉴스 생산량은 엄청나다. 그걸 다 가치 있는 데이터로 추적하고 쓸어 담다 보면 제아무리 용량이 큰 컴퓨터조차도 금세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 구동을 위한 클라우드 형식의 데이터센터는 이미 엄청난 전력소모로 인해 기업들의 비용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빅데이터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의미 있는 서사를 가진 스몰 데이터에서 답을 찾는 노력 또한 인간의 일이 아닐까. 흘려보내도 좋은 정보의 쓰레기를 판별하는 안목이 없다면 엉뚱한 산을 오르는 일이 잦아지고 에너지는 낭비될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검증되지 않는 데이터의 홍수, 연예인 신상 정보 같은 것에 우리 뇌의 메모리를 지나치게 할당한다면 거대한 서사를 위한 공간은 위축될지 모른다.
정보는 인식의 순간 이후 더는 살아 있지 못한다. 정보는 그것이 새로운 동안에만 가치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만 살아있다, 오로지 순간의 시점에 사로잡히며 정보 그 자체에 대해 설명할 시간은 없다. 정보와 달리 지식은 그 순간을 넘어서 앞으로 다가올 것과도 연결되는 시간적 폭이 있다. 그래서 지식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지식 안에는 서사적 진폭이 내재해 있다.
-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차지수 옮김, 다산북스, P. 14-15
그래서 재독작가 한병철의 진단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가치 있고 오래 살아남을 서사가 켜켜이 우리 뇌에 축적될 공간을 넓힌다면 집단지성의 힘은 더욱 공공해지고 커질 것이다. 그럴 경우 사회전체의 지력은 배가되고 '지성의 건강성'이라는 정화장치에 사이비 선동가들에게 애먼 사람들이 미혹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첼로 + 피아노) Original Song : Serenade to Spring by Rolf Rovland | 첼로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