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류승완, 2021)
소말리아 내전의 한복판에 놓인 남과 북은 ‘생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걸고 협력한다. 영화는 이념 갈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보다, 화해 자체에 방점을 두고 진행된다. 영화의 볼거리는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빗발치는 총탄과 자동차 액션이다. 생존을 위한 탈출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이 볼거리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어둠 속에서 한국대사관 벽을 두고 마주한 남한 대사 한신성(김윤석)과 북한 대사 림용수(허준호)의 클로즈업은 그들의 미묘한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낸다. 이후 영화는 이 장면에서 포착한 미묘함을 형상화한다. 문제는 이를 위해 소비된 캐릭터들이다. 강대진(조인성) 참사관과 태준기(구교환) 참사관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여자 그리고 반군과 정부군 모두 화해에 소비된다. 그들이 가진 캐릭터의 구체성은 총성과 스피드 속에서 삭제된다. 이렇게 완성된 화해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 되묻고 싶다. 류승완식 액션의 호탕함이 가리는 지점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