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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Jan 02. 2022

의미 있는 고요하고 느린 리듬

<고요의 바다> NETFLIX 2021


<고요의 바다>는 거대해서 고요하고, 거대해서 공포스럽고, 거대해서 느리고, 거대해서 폭발적이다. 즉, <고요의 바다>는 이러한 물의 특성을 고스란히 내포한 드라마이다. 물론, 빠르고, 폭발적인 서사 전개의 리듬을 유지하던 드라마/영화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답답하다. 그러나 고요함과 느림에 내포된 긴장감을 고려한다면 이는 의미 있는 리듬이다. 주요 사건이 10분 안에 해결되고 다음 사건으로 전개되는 현재 대다수의 서사물을 고려했을 때, 이는 분명 새로운 리듬이다. 다른 서사적 특징은 에피소드화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드라마들이 큰 줄기를 잡아두고 에피소드로 나열했다. 이러한 서사 전개를 통해 다양한 인물군들이 주인공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발화하는 긍정적 측면을 만들었다. 그러나 <고요의 바다>는 사건을 에피소드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주변 인물에 시선을 돌린다. 따라서 <고요의 바다>의 이러한 서사적 특성은 최근 드라마 경향과 비교해 재고해야 한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루나 실험과 관련한 송원경(강말금)과 송지안(배두나)의 태도 문제이다. 인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루나 실험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없는지에 대한 지점이 모호하다. 이 지점은 <고요의 바다>의 문제의식이 가장 대두되어야 하는 지점이었지만, 각 인물의 번민과 고뇌를 드러내기보다는 정해진 답을 유도하는 방향을 택한다. 송원경의 고민, 그리고 이후 송지안의 고민이 관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이는 류태석(이준)의 갑작스러운 부각으로 산만해진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루나 실험 장면과 루나-073(김시아)를 재현하는 방식은 불편하다.     

 

(20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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