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구. 야구가 인생보다 나은 이유

삶에도 전광판이 있다면 #250705_KT vs두산

by 유이긴

①아는 게 힘이다

②모르는 게 약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 라는 답으로 회피하고 싶지만 51:49여도 좋으니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아는 게 힘이다의 손을 들어줄 테다. 끝끝내 알게 되는 게 삶이라면 누가 좀 스포 좀 해주세요, 매달리고 싶다.


‘중계 끕니다‘, ‘역전하면 깨워주세요’는 같이 야구 보는 친구와 톡으로 가장 많이 나누는 말이다. 7회나 8회쯤 되면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필이 찌르르, 온다. 오늘 이 경기는 버리고 가는 경기구나. (이 느낌적인 느낌이 매번 선수들에게 배신당하길 바란다.) 버린다는 표현이 과격할 수도 있지만, 144경기를 모두 전력으로 필승의 정신으로 해내는 건 어렵다 생각한다. 이기는 것만큼 지더라도 잘 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건 이 시점을 판단하는 일이 아닐까.


확실하게 버리고 갈지, 아니면 필승조 투수를 여럿 올려서라도 아득바득 잡아야 하는 건지, 져도 좋으니 1점이라도 낼 대타를 내야 하는지 등 말이다. 요즘의 나는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부여받은 기회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야구처럼 지금 내가 경기 초반부에 있는지, 막바지에 있는지, 무사의 기회인지, 2사의 모퉁이에 서 있는지 뭐든 좋으니 좀 알고 싶다. 늘 지나간 열차를 바라보며 애타게 손 흔드는 게 취미이고 특기인 사람이라 그렇다.

감튀는 신의 음식입니다•••

부산에서 산 날보다 서울에서 자란 날이 더 긴 막내는 두산 팬이다. 이 말인즉슨, 우리는 1년에 같은 경기를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고 시즌 중 1번씩 서로에게 일일 두산팬이, 롯데팬이 되어주기로 했다. 이날은 내가 일일 10번 타자가 되어 1루 네이비 맨 뒤에 자리를 잡았다.


여름은 가늠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잘 못 견디는 것 중 하나가 후덥지근함인데 마음에 저울을 하나 놓고 한쪽엔 피하고 싶은 더위를, 반대쪽엔 견디고 싶은 무엇을 놓는다. 예전만큼 야구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면 이 저울은 매번 나타나 야구에게 판정승을 외쳐주었다. 피하고 싶은 마음보다, 견디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크다는 걸 확인한다. 한여름 잠실에 간다는 건, 나에게 이만큼의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머쓱하게도 잠실 3루는 여름에 얼마나 더운지 부채로 얼굴을 계속 가리고 있어야 해서 벌서는 기분이 들 때도 있는데 역시 1루는 눈을 찡그리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얼음도 더디게 녹았다.

오랜만이야•••

우리 팀을 떠난 김민석과 추재현이 선발 라인업에 있어 반가웠다. 잘 지내고 있구나, 잘하면 좋겠다 하며 라인업 송을 부를 때 박수는 더 힘차게 치고, 이름은 더 크게 외쳤다. 이후엔 남의 야구이기도 하고, 렛두로 시리즈였던지라 응원에만 몰입했다. (렛두로 시리즈라는 거… 1루에서 즐기니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익숙한 풀카운트 송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나게 머리를 흔들어 재낀 후에 동생에게 물었다. 역시…! 들어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던 건 이 노래가 작년까지는 양찬열이란 선수의 등장곡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이후로 방출됐다고 한다. 선수는 가도, 응원가는 남는구나. 최근 나는 이번 삶에서 무엇을 남기고 갈 수 있을까? - 가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에, 양찬열이란 선수의 흔적을 인터넷에서 쫓아가다 아내 분이 운영 중인 유튜브를 발견했다. 마지막 타석을 마지막 타석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끝내게 된 게 아쉽다고 했다. 혼자 몰입해 서글퍼지고 말았던 이유는 아마 선수 본인은 몰랐어도,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있었겠지 싶어서다.


나는야 두산 승요••• 야구는 아름다운 스포츠입니다•••

전반기가 끝난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야구 개막과 함께 내내 이어졌던 한 전형이 끝났다. 리더한테 잘 보였으면 이번 공채 결과 어떻게 됐을지 몰라, 누군가의 싸구려 위로에 없는 줄 알았던 내 삶의 전광판이 불시에 켜졌다. 나의 마지막 타석은 이미 지나갔구나. 며칠도 아니고, 몇 달이 걸렸는데 미리 언질이라도 해주지, 남 탓도 하고 내가 다한 최선이 최선이 아닌지 내 탓도 했다. (그럴 거면 웃어주지 말지...) 한참을 괴로워한 후에 불변의 진리는 야구에도 삶에도 만약은 없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적어도 이곳에서의 경기는 버려야만 하는 경기구나. 버릴 경기에서도 얻어야 하는 것을 찾아가는 중이다. 잘 지고 다음 번엔 이기기 위해.


+덧붙이는 이야기

나란 인간은 왜 매번 온몸으로 구르고 다치고 나야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 것일까. 얼마큼 최선을 다할지, 마음을 쏟을지 이런 건 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답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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