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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Sep 22. 2021

배우자 사용설명서가 있어야 한다

아는 만큼 좋아진다

남편과 알고 지낸지는 20년이 넘었고 결혼한지는 19년째이다. 함께 지낸 지가 이제 오래되다 보니 이젠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다. 심지어 이제는 남편을 낳으시고 키우신 부모님보다 남편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다. 가끔 시부모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 어머님/아버님은 아들을 정말 모르시네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때가 있으니.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부모님보다  나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어떤 누구보다 남편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 바람이 좀만 불어도 금방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알고, 잠을 사랑하고 때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지도 알고, 어떤 상황을 무서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지도 이미 알고 있으며, 얼마나 걸으면 지치는지 등등 남편은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당연히 처음부터 이렇게 손발이 딱딱 맞지는 않았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배우자끼리 안다는 것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외모 나이 취향을  넘어서야 한다. 그의 약점, 강점, 가치관, 좋아하는 성향 그리고 언제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지도 아는 것, 그 모든 것을 포함한다. 한마디로 배우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부부치료사인 가트맨 박사님도 부부관계의 첫 번째 단계가 사랑의 맵( Love Map)을 완성하는 것이라 했다.  배우자의 마음으로 가는 길은 나와는 다른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길로 가는 가장 정확한 길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부부관계의 친밀함을 높이고 행복한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를 아는 것이 필수이다.


배우자에 대한 정보가 많은 부부일수록 관계는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복잡한 기계나 정교한 전자제품의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제품 사용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인 것처럼.  컴퓨터가 익숙한 세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과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수준은 절대로 비슷할 수 없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부부로 함께 살기로 했다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배우자를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알아가면 상대는  나쁜 사람이나 미성숙하고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는 그냥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서로를 더 잘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자 제품이나 기계는 이미 사용설명서가 함께 동봉되어 있다. 그래서 사용하다가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때 설명서를 읽어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배우자 설명서는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일상에서 배우자에 대한 아무런 데이터가 없다가 갑자기 문제나 갈등이 생기면 해결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파경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일상을 살아가면서 서로를 관찰하고 대화하고 또 때론 싸우면서 정보를 쌓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려고 애쓰고 대화하는 부부가 서로에 대한 정보가 많고 더 사랑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가족이 되었으니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부부이기에 한마음일 것이란 것은 사실 심각한 착각이다. 서로 알려고 애쓰지 않으면 상대를 절대로 다 알 수 없다. 예전 유 퀴즈란 방송에 나온 종양내과 전문의께서 마지막 환자분이 떠나시는 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들이라고 하면 생각 외로 많은 가족들이 당황해한다고 한다. 생전 환자가 좋아하던 음악이 뭔지도 모르는 가족들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아무리 수십 년을 같이 산 가족이라도 관심을 주고 노력하지 않으면 상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그냥 세월만 보내게 되는 것이다.

배우자가 힘들어할 때 스트레스받을 때 나만이 알고 있는 그/그녀를 위한 비법이 있는가? 그리고 배우자가 어떨 때 가장 감동받고 행복해하시는지 알고 있는가?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나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확신이 없다면  아직 배우자 사용설명서가 없는 것이다. 배우자에 대해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많은 정보와 이해를 가져야 한다. 그럴수록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때 배우자는 진짜 나의 반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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