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우리 집에 새로운 손님이 와있다. 남편의 누님가족이 한국으로 한 달 여행을 가시느라 키우던 개를 한 달 동안 우리 집에 부탁하셨다. 우리 집 온 식구들은 강아지를 좋아하고 개를 키우고 있기에 한 달 맡아 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강아지는 대소변 훈련이 안 돼있다는 것이다. 대소변 훈련뿐만 아니라 다른 훈련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집안에 온통 마킹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하얀색 솜털, 토비는 불러도 오지도 않는 그야말로 안하무인 강아지였다.
그럼 왜 형님가족은 개를 이렇게 방치하셨을까? 사실 형님 부부는 모두 개를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외동딸인 조카가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 타령을 한 것이다. 혼자서 크다 보니 강아지라도 키우게 해달라고 애원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중학교쯤 올라갈 때 자신이 알아서 잘 관리하고 키우겠다는 다짐을 받고 개를 키운 것이다. 그러나 고작 중학생 아이가 개를 훈련시키고 가르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아이들이 자신이 알아서 똥오줌도 다 치우고 잘 훈련시키겠다는 그 말을 믿는 부모들의 큰 착각이 있다. 개를 키운다는 것은 자라지 않는 만 2-3세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다. 만약 아들, 딸이 성장하지도 않는 2살짜리 아이를 앞으로 동생처럼 잘 키우겠다고 데려오겠다는 자녀를 '그래 알았다. 이제 네가 책임지고 잘 키워라~'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것을 모두가 다 안다. 하지만 강아지를 데려와서 자신이 잘 키우겠다는 자녀들의 말은 철석같이 믿어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의 그 마음은 분명 진심이고 간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강아지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다. 그건 그 아이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 아이들에겐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열두 살짜리가 두 살짜리 아이를 잘 키울 것이라고 믿는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반려견도 마찬가지이다. 생명을 돌보는 일은 인내와 책임감을 가진 어른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소변 훈련이 되지 않은 강아지를 데려오기 전에 분명히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 정말 내가 이 생명을 끝까지 잘 책임질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 말은 내가 이 강아지를 잘 훈련시키고 조련해서 우리와 함께 살아갈 때 서로가 불편함 없이 공생할 수 있을지, 그런 실력이 나에게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그런 능력이 본인에게 없으면 강아지는 후에 천덕꾸러기 애물단지만 될 뿐이다. 훈련이 되지 않는 개들은 자신의 본능대로만 행동한다.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싸고 아무거나 먹고 주인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어릴 땐 귀여운 맛으로 키워도 점점 그런 귀여움도 사라지고 덩치라도 커져서 주인의 말도 듣지 않고 으르렁거리거나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개를 무한정 이뻐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에 아무 데다 갔다 버리거나 파양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개를 사달라는 성황에 못 이겨 아이들이 알아서 키우겠지 하는 맘에 아무 생각 없이 데려오면 여러모로 모든 사람들에게 낭패가 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을 탓하고 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결정은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싶다면 반려견을 데려오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1. 나는 개를 좋아하는가? 정말 정말 강아지와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키우지 말자. 단순히 새끼 때 귀엽고 예쁜 건 3개월이면 끝이다. 개를 정말 옛날처럼 대문앞에다 묶어놓고 키울 생각이 아니라면 키우지 말자. 개는 밥만먹고 크지 않는다. 병원에 가서 예방접종도 해야하고 목욕도 시켜야 하고 산책도 해야한다. 배변훈련 산책훈련 사회훈련도 시켜야 하는데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거기다 털이 빠질 수도 있고 냄새도 나고 집에서 사고를 칠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다.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삶의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래서 볼 때마다 짜증하고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이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누가 뭐라 해도 키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2. 나는 개를 훈련시킬 만한 지식과 능력, 시간이 있는가? 대소변 훈련이 안된 강아지라면 매일매일 꾸준히 꼬박 2-3개월은 대소변 훈련에만 집중해야 한다. 어린 시절의 대소변 훈련의 시기를 놓쳐버리면 성견이 된 후에는 훈련을 시키에게 정말 애를 먹는다. 따라서 자신이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나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대소면 훈련뿐 아니라 산책훈련, 사회화 훈련등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에 개가 주인 되는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3. 나의 삶은 매일 개를 산책시켜 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가? 혹은 나 말고도 개를 함께 보살펴 줄 사람이 있는가? 개인의 삶이 너무 바빠서 개를 자주 돌봐줄 수 없는 사람이나 장기 출장이나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면 개를 키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하루 20-30분 정도 혼자 행복하자고 개를 키우면서 하루종일 방치하는 건 강아지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강아지도 스트레스받고 우울해진다. 그러면 사고도 더 많이 치게 된다.
4. 개를 키울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가?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서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강아지도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사료도 먹이고 약도 필요하다. 그리고 귓병이나 피부병 같은 잔병치레가 생길 수도 있고 골절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생각보다 훨씬 더 돈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그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반려견을 키우는 건 반드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어린 시절 강아지와 늘 함께 했었다. 그래서 반려견의 장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람 말고도 누군가와 깊은 애착을 형성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의 큰 안정감을 준다. 이렇게 개를 무척 좋아하지만 아이 셋을 키우면서 한 십여 년은 키우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 또한 조카 처럼 '내가 목욕도 시키고 산책도 시키고 똥오줌도 다 치울께요' 라고 장담하며 졸라댄 적도 있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개를 키우는 것이 어린아이 하나 키우는 것만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막내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 이제 개를 키워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너무 어리면 아이들이 개를 무척 괴롭히기도 한다. 자신들은 좋다고 하는 행동들이 거의 괴롭힘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쿠퍼를 데리고 왔고 꼬박 3개월을 매일 2시간마다 배변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집안의 서열을 가르치고 문을 열어도 뛰쳐나가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는 훈련을 시켰다. 그럼에도 집에 사람이 없으면 쿠퍼는 신발을 물어띁어 놓기도 하고 식탁 위에 올라가 음식을 먹어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가족들에게 으르렁거리거나 난데없이 짖어대고 아무 데나 똥 싸고 오줌 싸지 않는 나름 평온한 공생을 하는 편이다.
불러도 오지도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마킹을 해대는 손님, 토비 때문에 남편과 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무척 올라갔다. 특별히 냄새에 예민한 남편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정말 한국에 가 있는 누나를 당장 불러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토비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뿐이니까. 2-3살 짜리가 집에서 버릇이 없는 것은 대부분 양육의 문제이지 아이의 문제가 아니듯 말이다. 팔뚝정도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강아지를 똥오줌 못 가린다고 뒷마당에 둘 수도 없고 하루종일 개집에 가둬둘 수도 없고, 한참 난감하던 차에 기저귀를 채우기로 했다. 아침저녁으로 강아지 기저귀 쓰레기까지 만들어 내는 것이 영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제일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곤 다시 우리 집은 평화를 찾았다. 제발 개 키우시는 분이나 키우고자 하시는 분들은 토비처럼 천덕꾸러기 강아지 만들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