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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Jul 30. 2024

출판 2년 후

 "책을 출판하고 나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를 비롯해서 처음 책을 낸 많은 작가님들의 공통된 후기였다.(물론 유명인이나 화려한 스펙을 가진 분들은 제외이다.)

책을 출판하는 것에 소망을 가지고 몇 년을 고생해서 책을 만들다 보니 당연히 애착도 생기고 소망도 생긴다.


그래서 '혹시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여기저기 불러주는 곳이 너무 많으면 어떡하지?

다니던 직장을 관둬야 하나?' 이런 상상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인작가들의 후기를 읽다 보면 책을 출판하고 인세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분도 있었고 시간에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초판 때문에 출판사와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는 분도 있었다.


이런 후기를 보고  나도 무척 걱정을 많이 했었다. 유명하지도 않고 화려한 스펙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누가 관심을 가져줄까 싶었다. 거기다 추천사 하나 없이 맨몸으로 출판된 책이었다. 초판도 팔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어 남편에게 "혹시 모르면 초판을 다 사줘야 한다"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벌써 2년 전이 되었다.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다행히 나는  소정의 인세도 6개월마다 꼬박꼬박  받고 있고  2쇄 3쇄를 찍기도 했다. 책 덕분에 강의를 요청하는 곳도 있었고 좋은 작가님과 연결이 되기도 했다. 더 감사한 것은 출판사 분들의 해외마케팅 덕분에 아시아 5개국으로 수출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올해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에서 번역된 책을 받았다. 책을 출판하고 가장 설레고 순간이다. 나도 아직 가보지도 못한 나라들에 내 책이, 나의 이야기가 그 사람들에게 먼저 전해진다니.. 마치 영화 같고 드라마같이 설레고 흥분된다. ( 태국과 말레이시아버전도 기다리는 중이다.)


생각해 보니 나에겐 출판을 통해 참 많은 행운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기고 싶었던  어린 시절과 나의 상처였고 그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어 정리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기도 했으나 지금 내가 누리는 이런  행운은 그 힘들었던 시간을 완벽히 보상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두 번째 책을 마무리하며 나의 걱정과 불안이 또 발동되었다. 두 번째는 쉬울 줄 알았는데 더 떨리고 걱정이 되었다.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은 첫 번째 책 보다 관심을 못 받으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 때문이다. 오늘 읽을 땐 괜찮아 보이다 다음날 읽어보면 또 별로인 것 같고.. 마음이 또 오락가락이다. 다시 남편을 붙잡고 " 책이 안 팔리면 초판을 다 사줘야 한다" 며 협박하고 있다. 남편은  "데자뷔냐?"며 소심한 나를 놀린다. 그러다 책꽂이 속에 꽂혀있는 다른 나라버전의 책을 바라보며 다시 마음을 다스린다. 나는 이미 생각보다 많은 행운을 누린 사람이라고.. '이 행운이 다시 온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고 그렇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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